“자다 깨보니 죽어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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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이모(13)양 납치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33)가 이양의 시신 유기 혐의만 인정했다. 10일 경찰에 검거된 지 닷새 만이다. 그러나 이양 납치와 성폭행 및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때문에 김의 일부 자백도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은 그동안 “이양을 전혀 모른다”며 범행을 부인했었다.

김희웅 부산 사상경찰서장은 14일 밤 “김은 2월 24일 술을 마시고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빈집(무당집)에서 잠을 잤는데 일어나 눈을 떠 보니 방 안 전기매트에 옷이 모두 벗겨진 이양이 사망해 있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서장에 따르면 김은 이양의 시신 처리를 고민하던 중 그 집 안에 있던 끈으로 묶고 전기매트용 가방에 시신을 넣은 뒤 이양의 옷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옆집(파란 집)으로 옮겼다. 이어 그는 시신을 앞집 모서리에 있던 물통에 넣고 근처에 있던 백색 시멘트 가루를 물과 섞어 부었다. 이어 그는 타일 등을 그(시신) 위에 덮은 뒤 이양의 옷이 든 봉지를 넣고 물통 뚜껑을 닫은 다음 담을 넘어 도주했다. 김은 도주 후 친구들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사상구 일대 빈집 등을 돌아다니며 숨어 지냈다고 진술했다. 김 서장은 “김이 이양의 납치와 성폭행·살해 등에 대해 자세한 진술을 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살해 동기 및 과정, 도피 경로 등 시간별 행적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의 한 관계자는 “ 여전히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아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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