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어린이 사고의 안전사각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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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해 두 살 난 김나리(가명)양은 갑자기 방문이 닫히는 바람에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또 전기코드를 자주 만지며 놀던 세 살짜리 홍정엽(가명)군은 TV코드를 뽑다가 손에 화상을 입어 한 달 이상 고생했다.

심지어 3층 베란다에서 놀던 최준수(2.가명)군은 엄마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유리창과 함께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어린이는 움직이는 경고등' . 눈을 떼기가 무섭게 크고 작은 안전사고를 일으켜 붙은 말이다. 부모는 '집안에선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집안이 아이들의 안전 사각지대' 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삼성 서울병원 등 전국 17개 병원에서 수집된 어린이 안전사고 1천1백96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62%에 달하는 7백41건이 집안에서 일어났다. 이 가운데 사망사고 1건과 3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중상도 40건이나 됐다.

이를 유형별로 보면 의자.책상.가구의 모서리에 부딪쳐 다친 사례가 1백70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칼.젓가락.원터치 캔에 베이거나 찔리고(1백39건), 욕실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1백10건)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아빠가 사용하는 운동기구나 면도기, 면봉이나 옷걸이와 같은 사소한 물품에도 다치는 경우가 있었다.

한편 소보원은 위해사고 1백10건의 발생 원인을 분석했다. 결과는 97.3%(1백7건)가 보호자 부주의로 나타났다. 소보원 권재익 리콜제도운영팀장은 "장난감을 비롯해 가정에 있는 모든 물건과 시설물이 아이들에겐 위험요소" 라며 "아이들은 신체가 연약하고 몸놀림이 어른보다 둔해 살짝 부딪치거나 넘어져도 이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린이들의 활동이 왕성한 봄철에 특히 사고발생률이 높아 보호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며 가정 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언을 했다.

▶가구에는 모서리 방지대 부착=어린이용 가구는 모서리가 둥글게 처리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모서리에는 모서리 방지대를 덧댄다. 바닥에 물건이 흩어져 있으면 어린이가 미끄러져 가구에 부딪칠 수 있으므로 즉시 치운다.

▶날카로운 물건은 잠금장치가 있는 곳에 보관=칼 같은 주방도구나 송곳.못.톱 등 공구는 어린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잠금장치를 한다. 개봉한 원터치 캔의 경우엔 내용물은 다른 용기에 보관하고 캔은 즉시 버리도록 한다.

▶콘센트에 안전커버 설치=감전.화상사고를 막기 위해 전기코드나 전열기구는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둔다. 조리대.식탁 위에 뜨거운 것을 올려 놓을 때도 마찬가지. 특히 어린이가 있는 집에선 잡아당길 수 있는 식탁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베란다 방충망은 고정시키고 베란다 창문 중 일부는 아이들이 열 수 없도록 조치한다. 계단에서 어린이 혼자 놀지 않도록 하고 출입구와 계단의 조명은 밝게 한다. 높은 의자나 유모차를 사용할 땐 반드시 안전띠를 착용해준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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