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강렬한 분노와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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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은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큰 수정없이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외교부의 주방자오(朱邦造) 대변인은 3일 "일본의 왜곡 교과서가 과거 일본 군국주의가 아시아 각국 국민들에게 가져온 엄청난 재난에 대해 추호의 반성도 없으며 오히려 일제의 침략 만행을 미화해 백방으로 책임에서 벗어나려 했다" 면서 "중국은 강렬한 분노와 불만을 표시한다" 고 강하게 비난했다.

신화통신도 "난징(南京)대학살.종군위안부문제 등을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일본군의 잔학행위를 대폭 삭감하는 등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고 보도했다.

중국측은 역사 교과서 내용 중 난징사건 관련 기술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의 신규 검정 교과서는 1937년 12월 난징에서 일본군에 의해 30여만명의 중국인이 학살당한 사건에 대해 "다수의 중국 인민을 살해했다" 거나 "사건의 실태에 대해 자료상 의문점도 제기돼 오늘날에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고 적고 있다. 객관적인 가해 사실을 희석시키거나 학살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교과서의 수정본이 검정 통과된 나머지 6개 출판사의 교과서도 난징 학살을 비롯한 중국 관련 기술에서 종전보다 크게 후퇴했다.

일례로 제국서원을 제외한 5개 출판사의 수정본 교과서는 종전에 희생자수를 20만~30만명으로 명시했으나 이번에는 "다수 사망" 으로 기술하거나 "난징 사건에 대한 정설이 없다" 고 기술했다.

일본군이 중국 화베이(華北)지방의 항일운동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40~41년에 벌인 '삼광(三光, 살해.약탈.방화)작전' 에 대해서는 아예 내용을 모두 삭제해 버렸다.

이번에 통과된 난징 학살 등에 대한 왜곡된 역사 서술은 중국 내 반일감정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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