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매화연가' 1940년대 풍경 살려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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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조선시대까지 선비들의 풍류에 빠지지 않았던 기생문화.

해방 전후는 그 기생문화의 전통이 일본의 게이샤 문화, 그리고 서구식 카페문화에 위협받으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시기였다. 당시 기생문화의 명맥을 이어가던 중심엔 기생들을 배출하는 산실, 기생학교가 자리잡고 있었다.

KBS1이 TV소설 '약속' 후속으로 23일부터 방영할 '매화연가' (사진.매일 오전 8시5분)는 그 시대 평양기생학교의 기생들을 다루는 1백50부작 드라마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한 여인의 성공담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평양 기생학교에 들어간 주인공 인애(임지은)는 기생학교에서 배운 양조법을 자산으로 전통 매실주를 만드는데 성공하는 여인이다.

평양기생학교는 전반부 75회까지 주무대가 된다. "기생은 창녀가 아니다" 는 지론 아래 학생들을 엄하게 다루던 교장(전양자) 아래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기생 지망생들이 기생수업을 받는 현장을 보여준다. 평양기생학교는 당시 평양의 옛 명칭을 따라 '기성기생학교' 라는 이름으로 실존했던 학교다.

드라마는 3년여에 걸친 기생의 수업과정을 고증을 통해 재현한다. 가곡.서화.수신.산술.무용.잡가 등 다양한 과목별 수업장면을 보여준다. 봄철임을 감안해 당시의 교복인 노란 저고리와 파란 치마를 봄냄새 나는 핑크빛 한복으로 바꿨다.

김명욱 PD는 "TV 화면에 맞게 정적인 것보다는 가야금.춤 등 동적인 장면을 빠르게 이어갈 것" 이라고 말했다. 구현숙 작가는 "한국 기생사를 다룬 이능화의『조선해어화사』등 역사서와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등을 참조했다" 고 밝혔다.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평양기생학교와 경쟁관계인 기생학교를 설정했다. 전통적이고 학구적인 평양기생학교와 달리 직접 기생집을 운영하며 근대 문물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태서관' (마담 유혜리)이 그것이다.

황진이나 홍랑처럼 일급 기생들은 잘난 체 하는 양반을 주눅들게 할 정도로 시.서.화에 능했다. 마음에 없는 남자에겐 몸을 팔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만 통하면 은근히 정을 주며 남자와 하룻밤을 지새 그들에겐 '은군자(隱君子)' 라는 별칭이 따라 다닌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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