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출자전환이 무엇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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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달 29일 은행들은 큰 적자를 낸 현대건설에 총 2조9천억원의 출자전환(出資轉換)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워낙 많은 돈이 드는 데다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나라 경제를 주름지게 할 수 있다며 찬성과 반대 의견이 많답니다.

출자전환이란 기업이 안고 있는 빚을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자본으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영업은 잘하는데 이자로 내는 돈이 많아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쓰는 방법이지요. 은행들은 빌려준 돈 대신 그 기업의 주식을 받아갑니다.

출자전환이 되면 은행은 돈을 빌려준 곳이 아니라 그 기업의 주식을 가진 주주가 되는 거예요.

◇ 부채를 자본으로 바꾼다〓출자전환이란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자본' 과 '부채' 라는 말을 알아야 합니다. 자본(또는 자기자본)이란 '순수한 자기돈' 을 말해요.

자본에는 주주들이 모아준 돈인 '자본금' 이 있어요. 출자라는 것은 주주들이 회사에 사업자금을 내는 것이고 주주들은 대신 주식을 받습니다.

기업이 이익을 내면 회사 안에 돈을 모아두기도 하는데 이것(이익잉여금)도 자본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자기자본으로 사업하기 어려워 은행에서 돈을 빌립니다. 은행 빚이나 외상으로 사온 물건 등 남에게 갚아야 할 돈을 부채라 하고, 이 중에서 이자를 내야 하는 것을 '차입금' 이라고 하지요.

출자전환을 정확히 말하면 부채 가운데 차입금을 주식으로 바꿔 자본으로 만들어주는 거예요.

◇ 출자전환의 효과〓출자전환이 일어나면 부채가 줄고 자본이 늘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구조가 좋아져요. 차입금이 감소하는 만큼 기업의 이자 부담도 줄어듭니다.

A라는 장난감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물건을 만들어 잘 팔았는데 몇년 사이 갑자기 어려워져 은행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많은 빚을 얻었어요. 그 결과 A사의 자본은 2천만원인데 부채가 자본보다 훨씬 많은 8천만원이 됐답니다.

자본에 비해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부채비율이 4백%(부채가 자본의 4배라는 뜻)에 이른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에는 회사가 사둔 주식값이 떨어지고 제품을 수출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해 2천만원의 적자가 났다고 합시다. 2천만원의 자본이 있었는데 2천만원의 손실이 났으니 이젠 자기 돈이 남은 게 한푼도 없겠지요. 이를 '완전 자본잠식' 이라고 한답니다.

더구나 부채 8천만원에 대해 해마다 8백만원의 이자(금리 10%로 가정)를 부담해야 하는데 부지런히 장사를 해도 앞으로 돈을 벌 가망이 없다면 은행들이 돈을 더 꿔줄 리 없겠지요. 결국 이런 기업은 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게 됩니다.

하지만 빚 부담이 많아서 그렇지, 물건이 잘 팔리기 때문에 은행들이 조금만 도와주면 살 수 있는 회사도 있어요.

만일 은행들이 A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빌려준 돈 8천만원 중에 4천만원의 빚을 출자전환해 주면 자본은 4천만원으로 늘고 부채는 4천만원으로 줄어듭니다.

이제 A기업은 부채비율이 1백%인 우량기업이 되고 은행이자 부담도 매년 4백만원(금리 10%로 가정)으로 줄지요.

A기업은 이제 영업으로 4백만원의 이익만 올리면 제 힘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고, 그 이상 벌면 순이익도 낼 수 있답니다.

만약 이 회사가 좋아지면 주식가격도 오르겠지요. 주가가 오르면 은행들은 주식을 되팔아 그전에 빌려줬던 돈을 되찾을 수도 있답니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지요. 빚을 주식으로 바꿔줬지만 영업이 안되면 은행들은 다시 돈을 빌려줘야 합니다. 만일 출자전환해준 기업이 망해서 갖고 있는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면 은행들은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지요.

◇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현대건설은 지난해 2백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자로만 5천억원이 넘는 돈을 썼어요. 이러니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지요.

하지만 올해는 4천억~5천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영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은행의 주장이에요.

이게 사실이라면 현대건설은 살아날 수 있겠지만 예상이 빗나가 영업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 은행들이 계속 돈을 빌려줘야 합니다.

만일 현대건설이 출자전환을 받은 뒤에도 끝내 살아나지 못한다면 은행들이 힘들어져 우리 경제가 어려워집니다.

은행들을 돕기 위해 공적자금을 또 거둬야 할 지도 몰라요.

최근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이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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