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주지역 물걱정 덜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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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내 최장의 도수(導水)터널로 10년간 철야작업 등 갖가지 진기록을 남긴 영천댐 도수로사업이 최근 마무리됐다. 말 그대로 지역의 대역사(大役事)였다.

도수로 완공으로 오는 7월부터 포항.경주지역 생활.공업용수난이 해소되고, 금호강의 유수량 증가로 낙동강 수질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 파급 효과=1994년 봄. 계속된 가뭄으로 포항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곳곳에서 수돗물 공급이 끊겨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포항제철과 협력업체들이 입주한 포항철강공단은 가뭄과의 '전쟁' 을 벌였다. 사용한 물을 다시 걸러 쓰고, 지하수를 개발하느라 수백곳에 구멍을 뚫었지만 물 부족은 여전했다. 상당수 업체가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해야 할 위기였다.

하지만 이같은 비상상황은 앞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안동 임하댐 물을 영천댐으로 끌어와 포항.경주로 공급하는 도수로가 완공된 때문이다.

7월이면 현재 영천댐과 경주 부조취수장 등에서 포항.경주지역으로 하루에 공급되는 물 32만t의 42.6%에 이르는 13만6천2백t이 추가로 공급돼 이 지역 생활.공업용수난이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이들 지역 사람들은 벌써부터 "물 걱정을 덜게 됐다" 며 환영 일색이다.

대구시민들도 이 공사의 완공을 기다리기는 마찬가지다. 하루 4만t에 그쳤던 금호강 유수량이 29만9천2백t으로 크게 늘어 강의 모습이 확 바뀔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대구시는 추가 방류로 금호강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2□ 낮아지고, 강의 자정능력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호강이 낙동강과 합쳐지기 때문에 낙동강의 수질도 어느 정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대역사=91년 4월 착공된 이 사업은 전례가 없는 난공사였다.

안동시 임하면 임하댐에서 청송군을 거쳐 영천댐에 이르는 구간은 험한 산악지대여서 공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구간은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와 영천댐을 잇는 33㎞의 지하 도수터널 건설공사. 지하 1백70~7백50m에 지름 3.5m의 터널을 뚫는 작업은 간단치 않았다.

후텁지근한 지하에서의 고통스런 작업 탓에 인부들이 떠나는 일도 잦았다. 33㎞ 구간을 양쪽에서만 뚫을 경우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흙을 양쪽으로 퍼내는 일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한국수자원공사 영천댐도수로건설단은 공사 현장을 세구간으로 나눠 구간마다 양쪽으로 뚫고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99년 1월 오차 없이 세구간의 터널이 모두 연결됐다. 당초 완공 예정시기는 97년. 지하 암반층을 제외한 5㎞구간 터널에만 콘크리트를 계획했다가 안전문제를 고려해 전 구간으로 이를 확대하면서 공기가 연장됐다.

영천댐도수로건설사업단 이규남(41)공사과장은 "탈없이 공사가 마무리돼 다행" 이라며 "도수로가 대구.경북의 물부족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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