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 7단의 흑▲는 얼핏 꼬리를 내린 수처럼 보이지만 이 수는 날카로운 비수를 품고 있다. 백은 ‘참고도1’ 백1로 막고 싶다. 하지만 이 수는 흑의 노림에 그대로 걸려들게 된다. 흑2 이하 필연의 수순을 거친 뒤 14로 반대쪽에서 막는 수가 있다. 이후 ‘참고도2’ 백1은 필연인데 흑2가 준비된 강수. 백3엔 흑4로 패를 건다. 8쪽의 팻감 때문에 성립하는 수로 결국 10까지 바꿔치기가 되는데 이는 흑의 대성공이다.
백에도 ‘참고도3’ 백2로 버티는 수가 있다. 이때 흑은 패를 포기하고 3으로 물러선 다음 5로 막는다. A와 B 어느 한쪽의 두 점을 잡을 수 있어 역시 대성공이다. 추쥔 8단도 그걸 읽고 58로 물러섰다(대국 심리로 볼 때 바둑도 불리한데 이렇게 이성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무렵이 허영호의 전성시대였다. 그는 멋지게 국면을 리드하고 있다. 하지만 67에서 첫 의문수가 등장했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