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핏줄 막히는 고통’ 준 이 남자 비밀 방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주도해 온 대니얼 글레이저(작은 사진)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와 스티븐 멀 미 국무부 정무차관 선임고문이 10일 비공개 방한해 11일 우리 정부 당국자들과 제재 문제를 협의했다. 이들은 12일 이한한다. 글레이저 부차관보의 방한은 2006년 이후 4년 만이다. 글레이저 부차관보와 멀 선임고문은 이날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 당국자를 잇따라 만나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상황과 제재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한편 핵 개발을 가속화하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선 그동안 한·미 공조가 잘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이번 대화에선 한·미가 기존의 제재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도 공조를 계속 잘해 나가자고 다짐하는 수준이었다”며 양측이 추가적인 제재 조치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에 대해선 지난달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20% 농축의 우라늄 핵 연료를 제조했다고 밝히고 ‘핵 국가’를 선언하는 등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미국 측은 국제사회와 더불어 준비 중인 추가 제재 내용을 설명하고, 한국의 의견도 청취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글레이저=2005년 9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김정일 통치 비자금 2400만 달러를 불법자금으로 규정해 압류 조치를 끌어냄으로써 북한의 외환거래에 큰 타격을 입힌 재무부 금융범죄팀의 실무책임자.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두 달 뒤 열린 6자회담에서 “미국의 BDA 조치로 핏줄이 막히는 고통을 느낀다”고 항의했을 정도였다.

글레이저 부차관보와 상관인 스튜어트 레비 차관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뒤에도 이들의 능력과 의지를 높이 산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중용돼 북한·이란 금융제재를 계속 지휘해 왔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지난해 필립 골드버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과 함께 중국·말레이시아·이집트 등을 방문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자금이 해당 국가 금융기관에서 거래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