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 제트등 '추억의 명작' 한국어판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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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이름만 들어도 금세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명작만화' 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마징가 제트』 『베르사이유의 장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국내에 이미 소개됐던 애니메이션의 원작과 해적판으로 돌아다니던 '번지없는' 작품들이 정식 한국어판으로 번역돼 매니어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고전' 출간이 많은 것은 '컬렉션' 을 원하는 매니어들의 구입을 유도, 대여점으로 인해 침체된 만화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출판사들의 전략으로 보인다. 총 일곱권으로 된 『…나우시카』의 경우 판형을 키우고 지질이 좋은 컬러 커버를 씌우는 등 소장용으로 손색이 없다. 지난해 애니메이션이 개봉됐던 터라 권당 1만부가 나가는 등 흥행 성적도 좋다.

최근 1권을 낸 『베르사이유의 장미』(대원씨아이)는 이케다 리요코의 1972년 작으로, 매니어들이 '이 책 한 권으로 프랑스 혁명을 공부했다' 고 일컫는 공전의 히트작이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남장 여자인 근위대 대장 오스칼, 한 나라의 왕비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스웨덴 귀족 페르젠 등 등장 인물들의 카리스마가 대단해 현재까지도 인터넷 사이트에 팬픽(fan-fic.팬들이 원작을 바탕으로 꾸며 쓰는 소설)이 올라올 정도다.

79년 데자키 오사무가 만든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역대 애니메이션 베스트 10에 꼽힐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마징가 제트』(서울문화사)는 70년대 로봇 애니메이션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우리나라의 30대 중에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으로 시작하는 주제가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50대 후반인 원작자 나가이 고는 74년 『마징가 제트』를 발표한 이래 『그레이트 마징가』 『제트 마징가』 등의 후속작을 계속 내는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제트 마징가』는 현재 고단샤(講談社)의 만화잡지 『매거진 스페셜』에 연재 중이다.

84년 발간된 『…나우시카』는 일본에서 '거장' 으로 추앙받는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더욱 유명하다. 자연을 사랑하는 소녀 나우시카의 헌신적인 활약이 작은 왕국 '바람계곡' 을 재앙에서 구해낸다는 줄거리로, 환경 파괴와 개발 논리의 폐해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잘 소화해내 명작으로 사랑받고 있다.

학산문화사 박성식 차장은 "최근 만화의 저변이 넓어짐에 따라 '고전' 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며 "소장을 원하는 독자들을 겨냥한다면 단행본 시리즈로 특화하고 디자인.지질.인쇄 방법 등에서 좀더 전문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국산 명작의 재간도 관심을 가져야 할문제다. 국산 만화의 경우 오는 5월 재간되는 『아기공룡 둘리』가 거의 유일한 실정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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