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미국 비자발급 기준 들쭉날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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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중소 반도체 업체의 직원이 미국비자를 발급받으려고 우리 여행사를 통해 대사관에 인터뷰를 신청했다.

일본의 경우 재직증명서와 신분증 사본만 있으면 되고 비자수수료는 없다. 중국도 여권과 사진, 2만여원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그러나 미국은 출장 목적으로 갈 경우 초청장.출장증명서.회사사업자등록증.회사납세서류.개인납세서류.재직증명서.의료보험증.통장 등을 갖춰 인터뷰를 해야 한다. 그 직원은 복잡한 서류를 모두 갖췄지만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

재직한 지 1년이 안됐고 월급이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왜 이런 것이 잣대가 되는 것일까. 그 사람처럼 재직기간이 1년이 채 안된 사람들 가운데 여덟명이 인터뷰를 해 비자를 받았다.

통상 인터뷰장에서는 영사 4명이 인터뷰를 하는데 어느 한 줄은 모든 사람이 떨어지고 어느 줄은 다 붙는다. 그래서 비자를 받으려면 영사를 잘 만나야 하고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말까지 생겼다.

말로는 대사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하지만 영사의 개인기준이 작용하거나 무비자 협상대상국의 비자거부율(약 8%)에 맞추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심지어 2000년 10~12월에는 미국비자를 신청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돈 적도 있다. 실제 비자거부율을 높이려고 많은 사람이 까닭없이 비자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대사관 방문객을 귀찮은 듯이 대하는 것도 문제다. 신청 접수자는 분명 한국사람인데 마치 하찮은 국가의 국민을 대하는 듯한 생각이 들게끔 행동한다. 미국이 개발도상국이나 사회주의국가에 적용하고 있는 비자 발급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있는 데도 정부가 쉬쉬하며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실망스럽다.

김유정.인천 부평구 부평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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