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방언' 표준화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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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청각장애인들이 의사 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수화(手話)에도 '방언' 이 있다. 복지시설과 농아학교 등 수화 교육기관에서 각기 다른 수화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서로 다른 수화를 사용함으로써 생겨나는 청각장애인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올해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수화' 제정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1947년 국립맹아학교 초대 교장인 윤백원(尹伯元)씨가 우리나라 최초로 '지문자(指文字)' 를 만들어 처음 통용되기 시작한 수화는 나중에 청각장애인 수용시설별로 서로 차이가 나는 수화를 사용하고 가르침으로써 많은 '방언' 이 생겨나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청각장애인이 서로 수화를 사용해 의사를 교환하는 데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부는 1차적으로 2004년까지 표준 수화를 만들고 2단계 사업이 끝나는 2006년까지 한글식 수화화법과 청각장애인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만들어낸 자연 수화화법을 비교해 보다 통일적이고 의사소통이 쉬운 수화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문화부 김수연 국어정책과장은 "표준 수화가 만들어져 있지 않아 장애인들은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자활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 "통일 수화를 개발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계획" 이라고 말했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수화에서 사용되고 있는 어휘수는 2천여 단어에 불과하다.

미국의 1만여 단어, 일본의 8천여 단어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다. 우리나라에 통용되고 있는 수화책은 1백여종에 달하지만 한 두 권을 제외하곤 단어수가 1천개에도 못미치는 형편이다.

문화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소위원회를 구성했고 올해부터는 전국적으로 수화분포 상태를 조사해 표준 수화 제정작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한국어-수화' 사전을 제작하고 전문용어 등을 수화로 개발해 수화의 어휘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또 청각장애인들의 외국어 학습 능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의 수화를 번역한 뒤 책자로 낼 계획이다.

농아인협회 안석준 과장은 "지역과 교육기관별로 차이가 나는 수화를 하루 빨리 통일하고 아울러 우리말과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자연 수화의 어순 등도 함께 비교.정리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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