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두 마리 탓에 … 구제역 종식선언 코앞서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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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미 구제역을 앓고 나은 사슴 두 마리가 정부의 구제역 종식 선언을 가로막았다.

경기도 포천의 사슴농장에서 구제역 항체 양성반응이 나온 사슴 두 마리가 발견된 것은 지난 9일. 구제역 종식 선언을 코앞에 두고 종식 절차인 주변 지역 정밀검사(혈청검사)를 하는 과정에서다. 구제역 항체 양성반응이란 바이러스(항원) 자체가 아니라 바이러스가 침투했던 흔적이 있다는 의미다. 이미 구제역을 앓고 다 나았다는 얘기다. 소·돼지에 비해 사슴은 구제역에 걸려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2000년대 이후 세 번째 구제역 사태를 겪고 있지만 멀쩡한 사슴에서 항체 양성반응만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방역당국이 당혹스러워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1월 29일 이후 구제역이 더 발생하지 않아 6차 발생지의 이동제한 조치를 마무리하면서 구제역 종식을 선언할 계획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항체가 있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침입해 면역이 생겼다는 의미인데, 실제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농식품부는 예방 차원에서 구제역 종식 선언을 연기하고 이 농가의 사슴 12마리를 모두 폐사시켜 매장했다. 당초 계획했던 6차 구제역 발생 농가 주변 위험지역(반경 3㎞ 이내)에 대한 가축·사람의 이동통제 해제도 보류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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