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잦은 기행… 각료회의때 '드르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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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도네시아 역사상 민주적으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란 정통성을 갖춘 와히드 대통령은 부패 의혹 못지않게 돌출 언행과 기벽으로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자주 듣는다.

그의 주변 인물들은 점술가.대장장이.실패한 미트볼 제조업자 등 직업과 경력이 무척 이채롭다. 이들이 '인의 장막' 을 치고 있어 각료나 대통령궁 직원들이 와히드 주변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의전 절차도 없고 모든 게 와히드 편한 방식대로 이뤄진다. 중요한 각료회의 때 그는 잠을 자거나 듣기 싫은 소리가 나오면 아예 나가버린다. 이런 기행은 각료들까지 대통령을 외면하는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지난달 초 각료회의에서 유스릴 마헨드라 법무장관은 대통령에게 대놓고 '사임' 을 권고했다.

최근엔 개각에 따른 각료 임명식에 메가와티 등 13명의 각료가 무더기로 불참하는 '사보타주' 현상도 빚어졌다.

일간지 템포의 정치부 기자 드위아드만타는 "각료들 사이에 '대통령 무시현상' 이 심각하다" 고 전했다. 한마디로 영(令)이 안선다는 얘기다.

의회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다. 대통령궁의 한 조사관은 "대통령이 처한 지금의 어려움은 상당 부분 의회를 무시하면서 자초한 것" 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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