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화해의 물길은 이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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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주영(鄭周永)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북한이 분단사상 처음으로 조문사절단을 보낸 것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鄭전명예회장이 소떼 방북과 금강산 관광을 실현시킴으로써 남북 화해에 기여한 공로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조전을 보낸 데 이어 송호경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조문사절로 직접 파견하고 조화까지 공수해 보낸 것은 참으로 각별한 정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자세를 표명하자 북측이 장관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키고 남북간의 다른 회담도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비록 북한 조문사절단의 체류 기간이 짧아 특별하게 당국간의 비공식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조문단은 유족들에게 고인의 유업을 이어갈 것을 당부하는 金위원장의 개인적인 뜻을 따로 전했다. 이는 단순히 현대측에 대북사업을 계속해 달라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며 당국간의 화해 협력 관계는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최근 드러난 여러가지 상황으로 미뤄 미국은 아직 대북정책을 조율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부시 정부의 강경하기만 한 대북정책 추진 방식에 이견이 나오고 있고 유럽연합(EU)도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어렵게 이뤄낸 화해 교류를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북한도 무산된 장관급 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 적절하게 회담 일자를 재조정하는 협의에 착수하기를 바라며, 중단돼 있는 경의선 철도 복구사업과 관련한 실무협의서 등도 교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장관급 회담을 통해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기 시작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남북 당국간의 화해와 협력을 이어가는 가장 중요한 계기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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