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익는 순창마을 관광객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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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주에서 27번 국도를 타고 순창읍을 거쳐 광주방향(24번 국도)으로 10여분쯤 운전을 하다보면 왼쪽으로 고래등 같은 기와집 50여 채가 모여 있는 곳이 나온다.

순창군이 자랑하는 ‘전통 고추장 민속마을’이다.

고추장마을 답게 마을입구부터 구수한 콩을 삶는 냄새와 메주 뜨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일요일인 지난 18일 고추장 마을 앞 주차장에는 서울 ·광주 ·대전 등지의 번호판을 단 대형 관광버스 10대와 승용차 등 각종 차량 1백여대 주차돼 있었다.

이날 하루동안 관광객 7백여명이 이곳을 찾았다.이들은 대부분 전통 고추장 담는 법을 배우거나 각종 장류를 사려고 순창을 직접 찾은 것이다.

특히 재래식 고추장 담는 법을 재연하는 제품연구실에는 3백여명의 관광객이 몰려 발디딜 틈이 없었다.

고추장마을에서 만난 강미진(46 ·여 ·광주시 서구 화정동)씨는 “순창 고추장 맛이 좋아 한 달에 한두번 고추장 마을 찾아 장 담그는 법도 배우고 각종 장류를 사간다”고 말했다.

고추장마을이 관광지로 변한 것은 고추장이 옛 조상들이 담궜던 방식과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공장에서 속성으로 담궈 시중에 대량으로 내놓는 고추장과는 맛이 다르다.

고추장마을에 입주해 있는 한옥에 들어서면 처마끝에 매달려 있는 수천개의 메주가 눈에 띤다.

이들 메주는 지난해 12월 만든 것이다.세달 이상 발효를 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들 메주는 이달 중순부터 분쇄기에 넣어 가루로 만든뒤 찹쌀가루를 섞어 지난해 9월 수확한 고추가루와 함께 버무린뒤 대형 장독에 담아 1년6개월 동안 숙성 시킨다.

고추장을 시중에 판매하기 까지는 2년 넘게 걸린다.숙성기간이 길기 때문에 감칠 맛이 강하고 톡쏘는 맛이 일품이라는 평이다.

한옥 집 마당에는 숙성을 위해 고추장을 담아 놓은 대형 장독이 1백여개씩 놓여 있어 관광객들에게는 재미있는 볼거리도 제공한다.

53년째 고추장을 담가 온 문정희(74 ·전통고추장 기능인 1호)할머니는 “어려서 순창으로 시집 와 3대째 내려오는 비법을 시어머니로부터 전수 받아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추장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문할머니는 “순창고추장이 전국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제조법에도 있지만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것은 고추장 뿐만 아니라 된장과 오이 ·무우 ·마늘 ·굴비 ·더덕 등 10여 가지의 장아찌류도 있다.

된장은 순수한 우리 콩만을 사용해 1년간 자연발효 시킨 것으로 색소 ·조미료 등을 쓰지 않아 토속적인 맛이 강하다.

가격은 고추장의 경우 1㎏에 1만2천원 ·된장은 1만원이며 장아찌류는 재료에 따라 ㎏당 5천∼2만원이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비해 평균 6천원 정도 비싸다.

고추장마을 주변엔 강천사와 내장산 ·담양 메타스퀘어 길 등 유명 관광지가 밀집해 있어 돌아가는 길에 구경을 하면 하루코스 관광지로 안성맞춤이다.063-653-3530.

순창=서형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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