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미 식품업 ‘미다스의 손’ 린다 레즈닉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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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은 품질 못지않게 포장 디자인이 중요해요. 진열대에 놓인 식품마다 자신을 사달라고 외치죠. 이 중에서 소비자의 눈에 뜨이려면 포장이 단순하면서도 (메시지가) 직접적이어야 해요.”

미국 최대의 과수재배업체인 롤(Roll) 인터내셔널의 린다 레즈닉(사진) 회장이 2004년 11월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의 생수업체인 ‘피지 워터’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그 생수는 레스토랑과 호텔에서만 팔렸다. 레즈닉 회장은 인수 후, 취수 구멍을 더 뚫어 취수량을 늘리면서도 생수 파이프에 인간의 손이 닿지 않게 했다. 오염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고는 생수병 디자인과 앞 라벨을 고쳐 피지의 무공해를 특징으로 내세웠다. 뒷면 라벨도 6가지로 각각 다르게 만들어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다’ ‘현무암 층을 타고 200년간 걸러진 물’이라는 제품의 특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피지 워터는 지난해 미국 생수시장에서 ‘에비앙’을 꺾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방한한 레즈닉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케팅 노하우에 대해 털어놨다.

“가급적 식품의 원재료가 손상되지 않도록 첨가물을 줄여야 한다.” 레즈닉 회장은 또 하나의 대박 상품인 석류주스 ‘폼(POM) 원더풀’을 예로 들었다. 자신의 과수원에 있는 석류가 잘 팔리자 이를 주스로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개발한 것이다. 473mL 한 병에 석류 5개를 넣고, 물이나 인공첨가물·설탕은 전혀 넣지 않았다. 그는 “물을 타 희석했거나, 맛을 더 좋게 하려고 설탕이나 콘시럽을 넣었으면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폼 원더풀 주스병은 석류 두 개를 쌓아놓은 모양으로 생겼다. “주스병을 만드는 비용이 기존 제품보다 훨씬 많이 들었지만 특이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레즈닉 회장은 “주스 이름 POM은 석류(pomergranate)를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줄인 것”이라며 “POM의 O는 심장에 좋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기 쉽게 하트 모양으로 고쳐 썼다”고 소개했다.

요즘 소비자는 자신이 먹는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 민감하다. 그래서 레즈닉 회장은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를 집중 활용한다. 자신이 만든 먹을거리가 어떻게 생산되며, 어떤 재료를 쓰는지를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직접 재배한 재료로 제품을 만든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롤 인터내셔널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운영 중인 과수원은 4억7000만㎡(약 1억4445만 평)에 달한다. 석류·시트러스(감귤의 일종)·아몬드·피스타치오를 생산한다. ‘에브리바디 너츠(아몬드)’ ‘원더풀 피스타치오’ ‘큐티스(시트러스)’ 같은 브랜드 이름은 모두 레즈닉 회장이 직접 붙인 것이다. 피스타치오는 세계시장의 40%, 미국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그는 1979년 인수한 ‘텔레플로라’를 2만 개의 꽃집을 회원으로 거느린 미국 최대의 꽃 배달업체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레즈닉 회장은 자신의 마케팅 비법을 베스트셀러 『Rubies in the Orchard(과수원에서 루비를 캔다)』에 담았다. 이 책은 최근 『상상력을 깨워라』라는 제목으로 한국어로 출간됐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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