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원 “세비 깎아 나랏빚 갚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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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민주당의 앤 커크패트릭(사진) 하원의원이 의원 세비 5%를 삭감하는 법안을 의회에 발의했다. 천문학적 재정적자와 경제위기로 어려운 국민의 경제사정을 감안해 매달 세비 중 5%인 870달러(약 100만원)를 떼내 나랏빚을 갚는 데 쓰자는 것이다. 세비 삭감 법안엔 민주·공화당 하원의원 21명이 서명했다.

커크패트릭은 애리조나주 지방검사 출신의 초선 여성 하원의원. 그동안 자신의 세비 중 5%를 국가채무 변제에 사용토록 국고에 귀속시켰다.

개인 차원의 세비 삭감 노력을 의회 차원으로 확대하자는 게 1차적 주장이다. 그는 “동료에게 급여를 깎자고 요구하면서 그들의 근심 어린 표정을 보는 것은 민망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내가 본보기가 되고 있으니 동료 의원도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경기로 임금이 줄어들어 온 나라의 가정이 절약하는 길을 찾고 있다. 이들은 바로 우리의 세비를 지불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커크패트릭 의원은 이와 함께 “의회가 세비를 깎은 것은 77년 전이 마지막”이라며 “77년간 임금 삭감이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공황 시절인 1933년 4월 의원 세비가 깎인 이래 77년 동안 삭감 조치는 없었다.

이와 관련, 미 폭스뉴스는 “미 의회에 대한 의정 수행 지지율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적 불신이 법안 발의의 또 다른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미 의회는 지난해 초 “경기 불황 시기에 세비를 인상하면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세비 동결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미 의원 세비는 노동부 통계와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매년 자동적으로 인상된다. 따라서 의회가 세비를 동결하기 위해서는 표결이 필요하다.

미 하원의원의 한 해 세비는 17만4000달러(약 2억원)다. 의회 지도자들은 좀 더 많이 받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2만3500달러(약 2억5000만원), 상·하원 원내대표는 19만3400달러(약2억2000만원)씩 받는다. 5% 삭감하면 매년 466만 달러(약 53억원)가 절약된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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