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뿌리는 청년, 송창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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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스물세 살, 프로 5년차 젊은 투수는 갑작스러운 불치병 선고를 받았다. 무섭고 두려웠다. 의사는 완치가 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야구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 했다. 하지만 그는 마운드로 돌아왔다. 지난 5일 2년 만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재입단한 우완투수 송창식(25·사진) 얘기다.

송창식은 2004년 청주 세광고를 졸업하고 신인지명 2차 2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 그는 시속 140㎞대 후반의 강속구를 뿌리며 26경기에서 8승7패, 평균자책점 5.13을 기록해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때가 프로야구 선수 송창식이 유일하게 빛난 시기였다. 그는 2005년 초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2년 가까이 재활 훈련을 했다. 2006년 시즌 후반 힘들게 1군에 복귀했지만 예전의 구위가 아니었다. 그리고 2007년 말 병마가 그를 덮쳤다.

“손끝이 차갑고 감각이 없었어요.” 송창식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음을 깨달았다. 1~2이닝 정도만 던지면 손끝에서 감각이 사라졌다. 이상하다 싶어 세 번이나 병원을 찾아가 얻은 진단은 버거병(폐쇄성 혈전혈관염). 사지의 말초신경이 마비되고, 심할 경우 괴사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었다. 손끝의 미묘한 감각이 중요한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결국 2008년 4월, 송창식은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 후 송창식은 학창 시절 자신을 지도한 민문식 세광고 감독의 부름으로 모교 코치를 맡았다. 후배들을 가르치는 한편 매일 공을 던졌다. 송창식은 “사실 코치보다는 몸을 만들어 한 번 더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측정한 송창식의 구속은 시속 140㎞가 넘었다. 한화에서 복귀 테스트를 받았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완치되지 않는 병이라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지만 200개의 투구를 해도 통증이 없을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송창식은 지난 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해 1이닝 2실점의 성적으로 복귀전을 치렀다.

“병마와 싸우면서 야구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습니다. 야구는 나의 모든 것이라 야구공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1군 무대에 꼭 서고 싶습니다. 나처럼 버거병과 싸우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도록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매 경기 열정과 혼신을 다해 던지겠습니다.” 송창식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의지가 묻어났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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