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사임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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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http://www.unhchr.ch)이 오는 9월 임기를 마치는 대로 사임한다.

아일랜드 대통령 출신인 로빈슨은 지난 19일 유엔인권위원회 개막식에서 "나는 유엔 체제의 '속박' 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며 "4년 임기가 끝나는 9월 고등판무관직을 그만둘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결정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미 알렸다" 며 "후임자를 물색할 시간을 주기 위해 조기에 발표하는 것인 만큼 후임자가 순조롭게 업무를 인계받도록 여유있게 임명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로빈슨은 재임 기간 일본의 식민배상을 명시한 선언문을 유엔 사상 최초로 채택하는 등 일본의 전후 보상 및 종군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했던 인물이다. 지난 2월 21일 테헤란 선언으로 채택된 이 문서는 오는 8월 3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인종주의에 관한 세계회의' 에 공식 제출될 예정이다.

로빈슨은 당시 북한이 요구한 일본의 식민배상 명기를 관철시키는 데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일본은 북한측의 요구에 "인종차별 철폐 선언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장래를 위한 것" 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선언문 채택을 막지는 못했다. 일본은 8월 남아공 회의 때 수정안을 낼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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