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치천 방미 이어 미국-일본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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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워싱턴의 3월이 아시아 외교로 장식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데 이어 18일 중국의 첸치천(錢其琛)부총리가 방미길에 올랐고, 미.일 정상회담이 19일 열린다. 미국도 16일 부시의 동아시아 3국 방문계획을 발표했다. 워싱턴에서 벌어질 미.중.일 외교접촉의 주제와 분위기를 살펴본다.

◇ 미.일 정상회담〓퇴진이 결정된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와 회담이 진행된다는 점 때문에 처음부터 김이 빠진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일본 수산고 어업실습선 침몰사건 이후 어색했던 양국관계를 매듭짓고 동맹관계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미.일 동맹 없이는 아시아 안보는 생각할 수 없다" 며 동맹 강화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국은 또 러시아.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문제, 대북한 정책문제 등 안보문제도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주의제는 경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기침체의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일본의 경기대책이 깊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경제분야의 합의사항을 가급적 충실히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뉴라운드 협상의 조기 개시▶미.일간 통상마찰의 사전예방▶일본의 폭넓은 규제완화 등도 주요 의제다.

◇ 첸치천 방미〓부시 행정부 출범 후 중국이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는 이번이 세번째로, 이 가운데 錢이 최고위급 인사다. 그만큼 양국 관계가 난기류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일러준다. 부시는 취임 후 중국이 이라크의 방공망 구축을 지원하고 있으며 인권문제가 심각하다고 비난했다. 이번에도 錢은 외교 일정을 잡는 데 곤욕을 치렀다.

당초 19일을 전후해 백악관.국무부측과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모리의 방미에 밀려 부시와의 회담이 늦춰졌다는 후문이다.

錢이 해결해야 할 난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는 대만 문제다. 미국은 4월 대만과 군수회의를 열어 이지스함 4척 등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무기 판매 협상을 벌인다. 또 클린턴 행정부가 약속한 세개의 노(No)정책(대만 독립 불인정, 두개의 중국 불인정,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반대)이 바뀔지도 관심거리다.

둘째는 WTO 가입 문제다. 미국이 중국에 정상적인 무역관계를 부여하는 조건은 중국의 가입을 전제로 한 것이라 이 또한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다.

셋째는 인권 문제다. 중국은 파룬궁(法輪功)지도자 리훙즈(李洪志)를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 일부에선 李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올리려 하고 있다.

베이징.도쿄〓유상철.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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