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졸속정책 의보 재정 거덜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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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여당의 졸속정책이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상태에 직면케 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의료보험 통합 과정에서 4조원(1996년 기준)에 이르던 적립금을 다 까먹도록 방치한 점이나 주민자치에 의한 보험료 관리 등 조합주의 방식의 장점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 예측 실패〓정부와 여당은 의약분업 실시 10개월 전인 1999년 9월 "의약분업 때문에 의보재정에서 돈이 더 지출되는 것은 아니다" 고 강변했다. 그러다가 의약분업 실시 한달을 앞둔 지난해 6월에서야 "의약분업을 실시하면 의보재정에서 1조5천억원이 더 든다" 며 앞서의 주장을 철회했다.

지난 13일 박태영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올해 건강보험 적자가 3조~4조원에 이를 것" 이라고 말해 그동안의 예측이 크게 빗나갔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보건산업팀장은 "재정 소요액 예측에 실패하다보니 그에 따른 대책이 나올 수 없었던 것" 이라며 예측실패가 건강보험 파탄의 주요인임을 지적했다.

건강연대 강창구 정책실장도 "정부가 의약분업을 해도 '돈이 더 안든다' 는 예측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액진료 본인부담금을 분업 전 수준으로 묶으면서 8천억원의 추가지출을 의료보험 재정에 떠넘겼다" 고 말했다.

◇ 관리감독 소홀〓98년 의료보험 통합 결정이 내려지자 직장.지역.공무원.교직원 의보조합은 "통합하면 우리 돈이 아니다" 며 적립금 까먹기에 열중했고 정부는 의보통합에만 매달리다 감독을 소홀히 했다.

최선정(崔善政) 보건복지부장관은 19일 의보재정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정책 과오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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