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위기의 인문학 되살리기 … 학생·지도층·시민에 3부작 특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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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대가 실용학문에 밀려 위기에 빠진 인문학의 부활에 나섰다. 학생은 물론 사회지도층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3부작(trilogy)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인문대는 이번 학기부터 내년 2학기까지 2년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를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한창 연구에 매진하는 조교수급 소장 교수들이 책을 내기 직전 일반인에게 그 내용과 취지를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첫 강좌는 11일 중어중문학과 김월회 교수의 ‘의로움과 이로움의 관계망: 형성기 유가(儒家) 텍스트를 중심으로’란 강의다. 한 학기에 네 번, 문학·역사·철학 분야 교수들이 다양한 주제로 강의한다. 일반 시민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없다.

서울대 인문대는 사회 지도층을 대상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2008년 경영대·공대에서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최고지도자 과정(AFP)’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문학 지식에 목말라 하던 리더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명망 있는 외부 강사가 인문대 신입생 전원에게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의하는 ‘삶의 인문학’ 특강 시리즈도 시작된다. 8일 첫 특강의 연사로 최동주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나섰다. 서울대 인문대(철학과) 출신인 배우 이순재씨도 강사로 나설 예정이다.

‘최고지도자 과정’과 ‘삶의 인문학 특강’은 인문대가 사회 지도층에 인문학을 알리고, 사회 지도층이 인문대 학생들에게 인문학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쌍방향 소통’인 셈이다. 여기에 일반 시민 대상 강좌를 더해 인문학 부활을 위한 3부작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는 게 서울대 인문대의 계획이다. 인문대 변창구(영문과 교수) 학장은 “인문학은 경제적으로 풍요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착각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람이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변 학장은 “대중을 향한 인문학적 소통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찾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문대는 또 교육과정을 취업에서도 효용가치가 있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부터 문학 중심으로 이뤄지던 외국어 강좌에 실용회화 수업을 강화했다. 언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지역문화학부’를 개설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또 1975년 서울대 문리대가 인문대·사회대·자연대로 나뉜 뒤 결성되지 않았던 인문대 총동창회도 2008년 조직해 인문학의 사회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일반인 상대 강좌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대 박물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강좌에 필요한 비용은 도서출판 민음사의 박맹호(불문과 52학번) 회장이 2008년 기부한 2억원으로 충당한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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