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제프 브리지스…여우주연상 샌드라 불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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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올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수상자인 제프 브리지스(‘크레이지 하트’)와 샌드라 불럭(‘블라인드 사이드’)은 둘 다 생애 첫 아카데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만큼 아카데미와 인연이 멀었다는 뜻이다. 연기 경력 40여 년의 제프 브리지스(61)는 4전5기 끝에 수상했다. 샌드라 불럭(46)은 그간 아카데미 후보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었다.

남녀주연상을 받은 제프 브리지스(왼쪽)와 샌드라 불럭. [LA AP=연합뉴스]

두사람은 유력한 수상 후보였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는 골든 글로브의 드라마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배우조합상(SAC) 주연상도 함께 나눠가졌다. 

메릴 스트립·헬렌 미렌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을 젖히고 트로피를 거머쥔 불럭은 이로서 한물간 로맨틱코미디의 여왕이라는 오명을 말끔히 지워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2900만 달러의 저예산이지만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스포츠 휴먼드라마. 불럭은 10대 흑인 소년을 입양해 스타 플레이어로 키워내는 엄마를 맡아 호연했다. 90년대 ‘스피드’나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로맨틱코미디와 액션물에서 미국적인 건강미가 넘치는 흥행스타였던 불럭은, 40대에 접어들면서 작품 폭을 넓히고 성숙한 연기파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불럭은 6일(현지 시간) 최악의 영화에 수상하는 ‘골든 라즈베리’시상식에서도 로맨틱코미디 ‘올 어바웃 스티브’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어, 하루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불럭은 7일 아카데미 트로피를 받아 들면서 “과연 내가 이것을 받을 자격이 있냐”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수상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아카데미 수상으로) 균형을 이뤘다. 두 트로피를 옆에 놓겠지만 라즈베리는 아래에 놓을 것”이라며 뼈있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제프 브리지스는 토마스 콥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크레이지 하트’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찬사를 받았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퇴물 가수의 좌절과 재기를 그린 드라마다.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인생의 거친 굴곡을 선 굵게 그려낸 연기였다.

다양한 장르에서 개성파 주·조연으로 활동해온 브리지스는 71년 ‘라스트 픽처스’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필두로 40여 년간 4차례에 걸쳐 주·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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