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수상자인 제프 브리지스(‘크레이지 하트’)와 샌드라 불럭(‘블라인드 사이드’)은 둘 다 생애 첫 아카데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만큼 아카데미와 인연이 멀었다는 뜻이다. 연기 경력 40여 년의 제프 브리지스(61)는 4전5기 끝에 수상했다. 샌드라 불럭(46)은 그간 아카데미 후보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었다.
남녀주연상을 받은 제프 브리지스(왼쪽)와 샌드라 불럭. [LA AP=연합뉴스]
불럭은 6일(현지 시간) 최악의 영화에 수상하는 ‘골든 라즈베리’시상식에서도 로맨틱코미디 ‘올 어바웃 스티브’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어, 하루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불럭은 7일 아카데미 트로피를 받아 들면서 “과연 내가 이것을 받을 자격이 있냐”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수상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아카데미 수상으로) 균형을 이뤘다. 두 트로피를 옆에 놓겠지만 라즈베리는 아래에 놓을 것”이라며 뼈있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제프 브리지스는 토마스 콥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크레이지 하트’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찬사를 받았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퇴물 가수의 좌절과 재기를 그린 드라마다. 아카데미가 선호하는, 인생의 거친 굴곡을 선 굵게 그려낸 연기였다.
다양한 장르에서 개성파 주·조연으로 활동해온 브리지스는 71년 ‘라스트 픽처스’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필두로 40여 년간 4차례에 걸쳐 주·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양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