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서북구청 오정일씨 체납고지서 발송 개선 연간 6000만원 예산 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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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고지서 발송 방법을 개선해 예산을 크게 절감한 천안시 서북구청 세정과 오정일씨. [조영회 기자]

천안시 서북구청 세정과에서 일하는 공무원 오정일(37)씨. 99년에 공직에 들어와 올해로 12년째를 맞고 있다.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는 분야에서만 근무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제안해 도입한 제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체납세금 고지서 발송 개선’이다. 기존에 자동차세, 재산세 등 지방세에 대해 세목 별로 건 별 발송하던 것을 체납자 개인별 발송으로 변경해 고지서를 보내는 방식이다.

예전까지 한 개인이 10건의 체납세금이 발생하면 모두 10장의 체납세금 고지서를 따로 발송했다. 10장 각각을 인쇄해야 하고 각각의 봉투에 넣어 별도로 보냈다. 인쇄비와 발송료(우편요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지사. 고지서 한 장당 우편요금이 250원을 기준으로 하면 10장을 보내려면 2500원이 들어간다. 100명의 체납자에게 각각 10장씩을 보내면 우편요금만 2만5000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통합 발송으로 불편·예산 줄여

오씨는 이런 불편함과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착안해냈다. 개인에게 발송되는 체납고지서를 한꺼번에 모아 보내면 우편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서북구청에서 운영 중인 시스템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개인별로 체납고지서를 인쇄한 뒤 큰 봉투에 담아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는 “이런 간단한 방법이 있었는데 그동안 생각해내지 못했다”며 “행정 서비스 가운데 발상의 전환만 한다면 일도 줄이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천안 서북구청 내 지방세 체납자는 4만5000여 명. 건수로는 12만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건 이상을 체납한 주민만 수백 여명에 달한다. 20~30건을 체납한 사람도 적지 않다. 법인(기업체 등)의 경우 70~80건에 달한다. 오씨가 제안한 발송 개선 전에는 4만5000여 명에게 12만여 건의 고지서를 각각 발송해야 했다. 하지만 체납고지서 통합발송으로 7만5000여 건이 줄어든 4만5000여 건만 보내면 된다. 우편요금도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6000여 만원의 예산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반송관리도 크게 개선됐다. 각각의 우편으로 발송할 때는 반송비율이 15% 가까이 됐지만 통합 발송 이후에는 한 자리 수로 줄었다는 게 서북구청 세정과의 자체 분석이다.

이 제도가 알려지자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도 줄을 잇고 있다. 최근엔 인천 계양구청에서 의뢰를 해와 노하우와 방법을 전수했다. 천안시 내 다른 구청인 동남구청도 조만간 이 방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서북구청은 천안시를 거쳐 충남도와 도내 각 시·군에도 이 같은 방법을 전달할 방침이다. 충남도내 16개 시·군에서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하면 연간 수억 원대의 예산을 절감할 것으로 서북구청은 전망하고 있다.

체납자도 한 번에 받아볼 수 있어

오씨의 아이디어로 세금을 체납한 시민들의 불편도 크게 줄었다. 각각의 우편봉투에 담긴 10장이 넘는 고지서를 일일이 뜯어보는 수고를 덜게 됐다.

하지만 시민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점은 바로 ‘창피함’을 줄였다는 것. 우편함에 가득 담긴 체납고지서를 보면 이웃들이 볼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고지서가 봉투 하나에 담겨 배달되다 보니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또 겉봉투에 ‘체납고지서’라고 인쇄된 고지서 대신 일반봉투에 담겨 있어 받아볼 때 기분이 예전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도 개선된 사항이다.

이 고지서는 지난달 16일 처음 체납자들에게 발송됐다. 이후 한 체납자가 오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한꺼번에 체납 세금 내역을 알 수 있어 좋다. 우선 액수가 작은 체납세금부터 납부하겠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천안시 서북구청 임대수 세정과장은 “기존에 고지서를 각각 발송해 불편과 낭비요인이 적지 않았다. 개인별 일괄 발송으로 업무효율도 높이고 예산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체납자도 한 번에 자신의 체납 내용을 받아 형편에 맞도록 체납세금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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