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외교, 조율·해결 없고 갈등·자극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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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부시 행정부가 출범 두달이 다 되도록 외교목표를 정하지 못한 채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4일 "부시 행정부가 (외교)목표의 총체적 혼돈 속에서 내부 혼란을 보이고 있다" 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 신문은 전임 클린턴 대통령 때 여기저기 상처를 감쌌던 붕대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온갖 청구서들이 날아들고 있는 게 부시 대통령의 처지라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요 사안에 대해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시 행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외교적 과제는 ▶중국과 대만 문제▶북한 미사일▶대 러시아 외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 조정▶발칸반도의 긴장 등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비록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갈등이 더 불거지도록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클린턴과는 다른 외교적 해결책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해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부시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은 중국이나 북한을 자극할 만한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발칸 문제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태도를,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중국.북한.팔레스타인.이스라엘 등은 매우 혼란스러우면서도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자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이란과 무기판매.원자로 건설지원 등 포괄적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팔면 중대 사태가 올 것" 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 역시 金대통령 방미 이후 대미 비난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미 국방부의 크레이그 퀴글리 대변인은 14일 "미국은 대중 군사교류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는 5월까지 군사 방문과 교환을 지속할 것" 이라며 중국에 대한 유화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 관계자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책이 아니냐는 의문들이 이어지자 "대북 정책을 검토하고 있을뿐 현재 구체적인 입장이 없다" 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의 발언 등에 자극받은 상대방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태도가 국제적인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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