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탄도탄 요격미사일(ABM)조약 유지 주장과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추진으로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됐다.
군사전문가들은 지난달 27일 한.러 공동성명에 ABM 조약의 보존.강화관련 표현이 포함된 것이 빌미가 돼 한국이 차세대 전투기로 프랑스 라팔과 러시아 수호이 대신 미국의 F-15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미국이 상당수의 자국 국민도 반대하는 NMD계획을 놓고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러한 분석을 낳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 을 고수하던 종전 태도에서 한.미 정상회담 직전 마치 미국을 편드는 듯이 입장을 정리한 것은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NMD는 지구촌 전체의 문제이고 국제적 동의를 얻어야 할 사안이다.
미국의 입김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정리해야 한다.
이병화.국제농업개발원장(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