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료 낭비하지 않겠다" BBC 직원 25% 감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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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BBC 방송이 전체 인력(2만8000여명)의 4분의 1가량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더 타임스 25일자가 보도했다. BBC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이번 해고 사태는 2006년에 끝나는 면허장(Royal Charter) 연장을 앞두고 "시청료를 낭비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보이기 위한 것이다.

BBC는 10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면허장에 따라 시청료를 받아 운영해 왔으며, 최근 면허장 제도를 폐지하자는 여론에 직면해 있다. 인터넷과 유선.위성방송 등의 등장으로 채널이 다양화하면서 굳이 BBC에만 따로 시청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다. 면허장이 없어질 경우 BBC는 시청료를 받을 수 없게 돼 사실상 민영방송화된다.

BBC에 대한 재정감사와 이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은 지난해 이라크 관련 오보 사건으로 경영진이 바뀐 이후부터 예고돼 왔다. 구조조정은 내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조정안에 따르면 최소한 6000명의 자리가 없어지며, 런던에 근무하는 스태프의 상당수가 지방도시로 전출된다. 대표적인 뉴스 채널인 오후 1시 뉴스의 경우 팀을 해체하고 대신 자매회사인 BBC24(뉴스전문채널)로부터 라이브 프로그램을 받아 송출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BBC는 "국민의 돈(시청료)을 받아 운영되는 방송으로서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재정감사를 실시했으며 이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폐지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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