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후 허위공시까지…코스닥, 신뢰 또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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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잇따르는 횡령 사건과 허위공시로 코스닥시장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계측장비업체인 창민테크는 지난 5월 대표이사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모씨 등이 예금 인출과 어음수표 무단 발행을 통해 회사자금 248억원을 횡령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특히 창민테크는 지난 5월의 경영권 변동을 공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후 주가 급락과 관련된 조회공시에서도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창민테크는 그 후 이모씨의 횡령사실이 있을 때마다 이를 신규시설 투자나 타회사 출자 등으로 수차례 허위공시를 했다고 지난 21일자 공시를 통해 밝혔다. 허위공시를 저질렀다고 '공시'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컴퓨터서적 전문업체인 영진닷컴도 지난 22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전 대표이사인 김모씨가 부민상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증자대금으로 납입된 75억원 중 50억원이 예치된 회사 예금을 담보로 34억원을 빌려 횡령했다고 밝혔다. KT 사내벤처로 출발해 현재 KT가 15.7%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통데이타도 대표이사의 공금 유용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최근 회계법인을 통해 자산을 실사한 결과 매출채권 잔액 1백54억여원 중 62억여원의 허위 매출채권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뒤늦게 공개해 눈총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코스닥 기업의 경영진과 대주주의 책임의식이 해이해진 만큼 투자자들도 옥석을 가리는 노력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명 변경이 잦거나 최대주주가 수시로 바뀌는 기업, 매출에 비해 차입금이 많고 현금 흐름이 나쁜 기업, 액면가 미달 기업 등은 일단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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