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노선갈등' 치닫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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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박병석((右)에서 세번째).홍재형(네번째) 의원 등 대전.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25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에 따른 대책과 민심 수습책을 논의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오전 8시30분 국회 열린우리당 의장실. 회의에 참석한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은 "어쩌면 내 생각과 그렇게 똑같으냐"며 정장선 당의장 비서실장을 격려했다. 하루 전 정 의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총체적으로 반성.점검하자'는 내용의 글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오전 9시45분 국회 기자회견장. 문석호 의원 등 당 충남지역 의원들은 헌재를 비판하고 신행정수도 이전을 계속 추진하기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했다. 같은 시간 유시민 의원 중심의 '참여정치연구회'도 성명을 내고 "헌재의 주장은 근거없는 낱말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재판관들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25일 열린우리당의 모습이다. 헌재 결정을 계기로 당내에 잠복해 있던 다양한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양상이다. 헌재 결정이 날 때만 해도 당의 단결을 위해 목소리를 낮추겠다던 중도파 의원들이 헌재 결정에 당이 계속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시 목소리를 낼 조짐이다.

논란의 한복판엔 '국정쇄신' 요구가 자리잡고 있다. 의견을 달리하는 세력들 간에 갈등의 조짐도 보인다. 일부 세력의 조직화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일단 4대 입법의 처리방향이 당내 흐름의 분수령이 될 듯하다.

◆"지지층 중심 국정운영 안돼"=22명의 의원이 모인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는 최근 회의를 하고 모임 확대를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의원은 25일 "보안법에만 관련된 듯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모임 이름을 바꾸고, 중도성향의 의원들을 영입해 모임을 확대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4대 입법 추진 과정에서 우리당 안이 일부 수정되더라도 여야 간 합의를 우선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이 같은 입장이 반영되지 않고 고정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국정운영이 계속될 경우 내년부턴 본격적인 당 쇄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3선의 유재건 의원도 "현 시점에서 당내 분란은 적절치 않아 관망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화두는 개혁입법 처리"=당 지도부는 안개모 등의 시각에 비판적이다. 김영춘 원내 수석부대표는 "지금 (국정쇄신 논란은) 당내 화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헌재 결정의 불합리성을 알리고 개혁입법 처리에 당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진보성향의 386세대 의원은 "정장선 의원 등은 충심에서 하는 말이겠지만 전략적으로 옳지 못하다"며 "지금 '국정쇄신' 등의 말을 하면 당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오고 한나라당의 공격 논리에 사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원내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지금은 개혁을 원하는 기존 지지세력만 잡고 일단 간 뒤 1, 2년 뒤에 예를 들어 '보안법을 폐지했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지 않으냐'고 설득해야 한다"며 "양쪽 다 잡으려 하면 양쪽 다 잃는다"고 주장했다.

김정욱.김성탁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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