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래종 먹을거리로 식량난 부담 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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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평양 시민들은 지난달 16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59회 생일을 맞아 희귀한 '명절 특식' 을 맛보았다. 타조육개장.타조고기만두.타조발통요리 등 타조 요리가 그것이다.

16, 17일 이틀간 청류관.옥류관 등 평양시 인민봉사총국 산하 음식점들이 타조 요리를 선보인 것.

평양 시민들은 "이런 요리를 다 맛볼 수 있다니 꿈만 같다" 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북한이 식량난 해결에 부심하는 가운데 타조.열대메기 등 외래종 먹을거리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진풍경이다. 영양가 높은 외래종 먹을거리로 주민들의 부식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타조 사육에 나선 것은 1998년 9월께.

정권수립 55주년을 맞아 평양에 연건평 2만㎡의 타조목장을 처음 만든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평양 교외 40여만㎡ 부지에 컴퓨터실.알깨우기장(부화장).종자타조사.새끼타조사 등을 갖춘 최신식 타조목장을 건설했다. 金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초 최신 컴퓨터 관리체계를 갖춘 목장을 둘러본 뒤 '만점짜리 목장' 이라며 만족감을 보였다고 한다.

북한이 타조 사육에 착안한 것은 타조가 쇠고기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맛과 고단백질에 콜레스테롤이 적은 건강식품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타조 고기를 '털달린 쇠고기' 라 부른다.

타조는 사육이 쉽고 타조알의 평균 무게는 1.6㎏으로 계란 40, 50개와 맞먹을 정도여서 풍성한 먹을거리다. 평양의 새로운 특산음식으로 등장한 메기요리도 요즘 대중음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북한은 몇해 동안 군대까지 동원해 시.도마다 온천물을 이용한 20~30정보의 양식장을 건설했다.

지난해에만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 양어장 및 메기공장을 2백여개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대메기는 여름 한철 키우면 1㎏쯤 되고 번식력도 강해 먹을거리 해결의 기대주가 되고 있다.

99년 평양에서 열린 열대메기 요리품평회에서는 탕.훈제.조림.튀김 등 요리 60여가지가 선보였다. 메기요리의 인기 비결은 살이 연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

메기요리는 평양의 유명 음식점에서 단골메뉴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다른 도시에도 메기탕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북한에서 타조.메기 등 외래종 먹을거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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