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치 안정 땐 이란 핵도 풀릴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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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라크의 정치적 안정이 이란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호에서 이라크 총선의 의미를 이란 핵 문제로까지 연결시켰다. 이라크의 정정 불안이 줄면 원유 생산이 급증하고, 그 경우 ‘세계 석유생산량 2위 수준인 이란을 제재하면 국제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는다’는 우려가 상당 부분 사라진다는 것이다. 곧 이라크의 안정은 다국적 정유회사의 이라크 투자 활성화→국제 원유 공급량 증가→국제 사회의 이란 원유 의존도 하락→이란 핵 도박에 대한 적극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라크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 3위 원유 수출국이었다. 그러다 걸프전·유엔 제재·이라크전을 거치면서 생산이 급감했다. 현재는 13위다. 하지만 최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로열더치셸·엑손모빌 등 다국적 정유회사와 유전 개발 계약을 했다. 후세인 알샤흐리스타니 석유장관은 지난해 12월 “현재의 하루 250만 배럴 생산을 7년 내에 하루 12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하루 1200만 배럴은 세계 원유 수출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량보다도 많은 규모다.

이라크는 원유 판매액 중 다국적 정유회사가 배럴당 2달러 이하만 챙기는 조건으로 계약하고 있다. 따라서 95% 이상은 이라크 정부의 수입이 된다. 이라크 정부는 이 돈을 국가 재건 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7년 내에 4배가량 원유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은 정유회사들이 이라크 정부와의 계약이 계속 유지된다는 신뢰가 있어야만 성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전이나 정정 불안으로 하루 아침에 사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한 정유회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잡지는 특히 중국 국영석유회사도 이라크와 유전 개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 사업이 잘 진행되면 중국이 이란 원유 의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서방 세계의 대(對) 이란 핵 포기 압박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원유 수입 금지 등의 국제적 제재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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