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제2도약기 맞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달 27일 전국의 2백여 시민단체들의 상설 협의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http://www.civilnet.net)가 공식 출범함으로써 시민운동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80년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발족후 본격화된 한국의 시민운동은 제 2의 도약을 맞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대회의는 앞으로 정치제도와 지방자치 개혁, 시민단체 활성화의 3대 사업을 실천할 계획이다.

그러나 연대회의의 앞날이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우선 통합과정에서 드러난 보수와 진보, 시민운동 1세대와 386세대 간의 미묘한 입장차가 자칫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 총선시민연대처럼 결속력을 보일지 의문이다.

◇ 시민운동의 제2도약기〓연대회의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발족 취지에 공감하는 모든 사회단체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등 재야권 단체들도 참가했다.

연대회의는 서울 중심의 시민운동이 지역의 풀뿌리 운동으로 확산한다는 의미도 있다. 2백11개 참가 단체 중 전국 단위 또는 서울 중심의 단체는 94개. 절반이 넘는 1백17개 단체가 순수하게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 총선연대 계승이 민감한 사안〓내년 지방선거와 이후 대선.총선에 연대회의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참여 단체들간 '뜨거운 감자' 다. 연대회의 상임 공동운영위원장인 박원순(朴元淳)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총선연대의 활동을 계승할 것인지는 논의된 바 없다" 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연대에 주도적으로 참가했던 단체들이 앞장서 연대회의 발족을 준비해온 만큼 어떻게든 불거질 수밖에 없다. 서울과 지방의 26개 YMCA는 "내년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거나 시민단체를 대변하는 후보들을 위해 당선 운동을 펼치겠다" 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이와는 달리 '불법적 시민운동' 에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단체도 많다. 시민단체협의 한 관계자는 "총선시민연대가 정치발전에 기여했지만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바람에 운동의 순수성이 의심을 샀고, 정권과의 유착 의혹도 자초했다" 고 지적했다.

한편 시민단체협이 연대회의와 통합하는 과정에서 상임공동대표 선출 등 합의사항을 두고 갈등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협은 한 여성단체 대표를 상임대표에 추천했으나 연대회의측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