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로농구 출범후 첫 정규리그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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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삼성이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우승했다.

삼성은 1일 SBS와의 잠실 경기에서 문경은(36득점)의 맹활약으로 91 - 86으로 승리, 32승10패로 남은 세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아마추어 시절이던 1987~88시즌 농구대잔치 우승 이후 13년, 97년 프로 출범 이후 다섯 시즌만의 헹가래였다. 눈물은 비치지 않았다. 삼성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 담담한 얼굴로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항구가 눈앞에 보였지만 선착장이 가까울수록 파고가 높았다. '삼성호' 는 접안을 위해 SBS라는 역류를 거슬러 40분간 사투를 벌여야 했다.

아마추어 시절 삼성 감독을 맡았던 SBS 김인건 감독은 눈 앞에서 삼성의 헹가래를 보고싶지 않았지만 97시즌까지 SBS 사령탑을 맡았던 김동광 감독은 잠실에서 쓰러질 각오를 하고 나왔다.

더구나 두 팀은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맞수였다. 기선을 잡기 위해 무조건 이겨야 했고, 혈전을 피할 수 없었다.

승부는 외곽에서 났고 승부사는 삼성 문경은이었다. 문선수는 동료들이 골밑을 힘겹게 지키는 동안 외곽에서 3점슛 8개를 퍼부었다.

올시즌 유독 SBS에 강했던(평균 26.5득점) 문선수는 34 - 36으로 뒤진 2쿼터 중반 3점슛 3개를 연속으로 성공시켜 경기 흐름을 바꿨고 79 - 70으로 앞선 4쿼터 4분쯤에는 사실상 승부를 가르는 3점포를 작렬시켰다.

프로농구 원년이던 97년 삼성은 정규리그 최하위(8위)에 처졌다. 아마추어 무대를 호령하던 '명가' 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졌고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98~99시즌을 앞두고 김동광 감독을 영입하면서 정상을 향한 삼성의 걸음은 새롭게 시작됐다. 김감독의 리더십은 삼성의 전성기 컬러였던 조직력과 끈기를 되살렸다. 그리고 지난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4강에 오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감독은 무엇보다 엄청난 훈련량과 수비.조직력을 앞세운 확률 농구로 승부를 걸었다. 철저한 사전 분석이 확률을 뒷받침했고 많은 훈련을 통해 선수들은 김감독의 농구를 잘 이해했다. 그 결과 스코어 차가 작은 경기에서 특히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이성훈 사무국장이 이끄는 프런트도 선수 출신과 실무 요원이 멋진 호흡을 이루면서 물샐틈 없이 선수단을 지원했다.

이국장은 '언더 머니' 를 요구하며 입국을 거부하던 아티머스 맥클래리를 미국까지 찾아가 설득해 '충성 서약' 을 받아냈고 무스타파 호프가 부상하자 발빠르게 대릴 프루로 대체해 전력 손실을 막았다.

허진석.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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