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영세주부들 "수의 지어 자활 이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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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전시 중구 중촌동 사무소 3층은 요즘 ‘드르륵,드르륵’하는 재봉틀 소리로 시끌벅적하다.이 동네 주부 10여명이 익숙한 바느질 솜씨로 수의(壽衣)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동사무소가 지난해 11월 생계유지가 힘든 모자(母子)가정이나 영세민 주부를 위해 문을 연 ‘자활자립장’.참가 주민들이 제품을 만들어 팔아 수익이 나면 나눠 갖는 일종의 기업형 작업장이다.

작업장이 문을 열기까지는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정기룡(鄭奇龍·40)씨의 도움이 켰다.

鄭씨는 모자 가정 여성 등에게 생계유지비 지원만으로는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판단,수익이 많이 남는 수의제작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에 나섰다.

그는 중촌동 자원봉사협의회에서 3백만원을 지원받아 삼베 2백40필을 구입하고 작업 참가를 원하는 주부들을 모았다.전문강사를 초빙해 지난달까지 2개월간 주부들에게 수의 제작법을 배우도록 했다.상당수의 주부들은 옷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 수의제작법을 쉽게 배웠다.

처음에는 수의 한벌 만드는데 주부 10명이 5∼6일 이상 걸렸으나 지금은 이틀이면 쉽게 완성한다.주부들은 벌써 30여벌의 수의를 만들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주부 서정희(45)씨는 “재봉틀 앞에 앉아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수의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며 “질좋은 원단으로 정성껏 만들었기 때문에 제품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동사무소 측은 주부들이 만든 수의 판로 확보를 위해 이달부터 전국의 장례식장 등을 상대로 세일즈에 나설 예정이다.동사무소는 현재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는 수의(1백여만원)보다 60%이상 싼 값에 제품을 팔기로 했다.

鄭씨는 “수의가 잘 팔려 어려운 이웃 살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주부들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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