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왕비 복제비 "실물과 크게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 26일 공개를 앞둔 광개토왕릉비 재현비(왼쪽·독립기념관 제공)와 중국 지린성의 원래비 모습. 두 비가 앞면의 갈라진 자국 위치·모습에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년여 걸친 공사 끝에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앞마당에 세워진 광개토왕릉비 재현비(再現碑)가 중국 지린(吉林)성의 원래비와 크게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있다.

독립기념관은 최근 "광개토왕릉비를 재현한 비를 26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기념관은 "이 비는 계룡장학재단 이인구 이사장이 국민들에게 역사교육자료를 제공하고, 또 귀중한 민족유산이 멸실될 가능성을 우려해 제작.기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념관측이 사전 공개한 재현비 사진을 본 사학자와 서예가 등이 전체적인 모양에서 원래비와 큰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우석대 조법종 교수(한국고대사)는 "광개토왕릉비는 자연석(응회암)을 큰 가공없이 사용한 비로 아래.윗부분에 비해 가운데가 약간 들어간 모습인데 재현비는 거의 일자형(一字型)으로 밋밋하다"면서 "특히 원래비의 뭉툭한 머리부분을 재현못해 웅혼한 멋을 못살렸다"고 말했다.

또 "원래비 앞면에 두개의 큰 금(갈라진 자국)이 비를 가로질러 비스듬하게 나있는데 재현비는 그 위치와 모습이 사뭇 다르다"면서 "이 때문에 비문 일부 글씨가 제 자리에 새겨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서예가이자 전각가인 전모(56.충남 예산)씨는 "재현비는 응회암이 아니라 석회암으로서 표면을 화학 약품으로 부식 처리해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했으나 글씨는 최근 새긴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 어색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독립기념관 박걸순 학예실장은 "어떻게 똑같이 만들수 있겠느냐"면서 "이 재현비는 학술 연구대상이 아니라 전시 보조자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룡장학재단측은 원래 모습 그대로 만든 복제비(複製碑)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비는 지난 5월 완성됐으나 독립기념관과 장학재단측이 비 이름(독립기념관은 모형비 혹은 재현비, 장학재단은 복제비 주장)과 설명문 내용 등을 놓고 갈등을 빚는 바람에 제막식이 늦어졌다. 한편 장학재단은 지난 5일 독립기념관에 고구려사 연구지원금으로 2500만원을 전달한 바 있다.

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