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쉬운 수능+내신 부풀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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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선 고등학교의 대학 입시를 겨냥한 내신 '부풀리기' 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가 전국 1천8백47개 고교 가운데 수능성적이 우수한 3백89개 고교의 최근 3년간 학생부 성적 산출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재학생에게 '수' 를 준 비율이 1999학년도 17.7%에서 2000학년도 19.1%, 2001학년도 23.19%로 해마다 늘어났다.

경기도 한 고교의 경우 2001학년도엔 전체 학생의 53.12%가 '수' 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전교생 절반 이상에게 '수' 를 준 학교가 99학년도 5개교에 불과했으나 2000학년도엔 17개교, 2001학년도엔 23개교로 증가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전국 1천4백88개 고교 중 7.1%인 1백6개교(1백22건)가 학생들의 성적을 부풀린 사실을 적발, 교장.교사 1백58명에게 무더기로 주의 또는 경고 조치했다.

문제는 이러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내신 부풀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선 교사들은 고교간 성적 편차를 무시한 채 대학들이 모든 고교의 성적을 동일하게 취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더구나 시험문제가 어려우면 '다른 학교에선 쉽게 내는데 왜 우리만 어렵게 내느냐' 고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것이다.

2002학년도 대학 입시에선 학생부 실질 반영비율이 전년도에 비해 1.35%포인트 늘어난 9.69%다. 대부분 대학이 수시모집 비율을 늘리는 추세여서 이를 감안하면 내신 반영비율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일부 대학에선 3학년 1학기 때부터 수시모집에 나서기로 해 내신 잘 받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수능시험 역시 고득점자의 양산으로 변별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쉬운 수능' 정책을 고수한 채 대학 자체의 지필고사를 금하고 있다. 쉬운 수능에 부풀린 내신이라면 대학은 무엇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

교육당국은 내신성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올해부터라도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 궁극적으론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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