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반도정책 국제 학술회의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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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부시 미 행정부 출범에 따라 한반도의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는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을 진단하기 위한 국제학술회의를 아시아재단(서울사무소장 스콧 스나이더)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미국측 발표자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로버트 스칼라피노(버클리대학 석좌교수)

부시 미 행정부는 한반도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보다는 기존 정책의 연상선상에서 추진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긴밀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남게 될 것이다. 북한은 혁명적 국가가 아닌 전통적 봉건국가다. 1인 지배와 권력세습, 철저한 고립 등이 이를 입증한다. 북한체제가 단기간에 붕괴할 것 같지는 않다. 또 평양이 제2의 6.25를 도발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북한이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변화나 개혁이라기 보다는 정치안정의 강화다. 평양은 이미 중국과 옛소련의 경우에서 급격한 경제개혁에 따른 정치적 위협을 목격한 바 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한은 또 '주체' 의 나라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번 상하이(上海)를 방문했을 때도 중국의 변화에 '흥미' 를 보였을 따름이다. 평양이 경제적 변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북한식으로 할 것이며, 중국을 무작정 따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는 외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가지 수단을 동원한다. 하나는 우방과 힘을 합쳐 협력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 몇년간 두가지를 적절히 섞어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다만 성공적인 대북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선결돼야 한다.

◇ 더글러스 팔(아시아.태평양 정책센터 소장)

오는 3월 7일 워싱턴에서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의 중심 주제는 한.미관계의 공고화가 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한편 굳건한 동맹관계를 과시할 것이다.

워싱턴은 지금 정책 과도기다. 그러나 럼즈펠드 국방장관, 울포위츠 부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아미티지 부장관 등 핵심 인사들은 실무경험이 풍부하고 사려깊다. 한국이 크게 걱정 안해도 될 것이다.

미국은 또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존중할 것이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에 대한 미국의 존중은 어디까지나 '넓은 의미' 에서의 지지다. 미국의 외교안보팀이 현재 ▶중유▶플루토늄▶특별사찰 등 제네바 합의의 문제점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정책 재검토 작업이 끝나면 미국은 한국.일본과 긴밀한 협의를 가질 것이다.

미국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기대하고 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는 것을 입증해 보이는 일이다.

金위원장은 서울에서 한국인과 전세계를 상대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지속할 만한 정책이라는 것을 확신시켜주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는 金대통령이 아닌 金위원장이 해야 할 몫이다.

정리=최원기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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