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적자금 청문회 다시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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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엊그제 공식 출범했다. 공적자금은 막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책임지는 곳이 없었고, 그 결과 엄청난 낭비를 초래했다.

지금까지 1백29조여원의 공적.공공자금이 투입됐지만 구조조정의 성과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도 수십조원이 더 들어갈 이 돈의 효율적 관리는 국민 부담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금융.기업 개혁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운용.관리를 책임질 위원회의 책무는 막중하다.

특히 민간위원들은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기관의 구조조정 성과를 집중 점검하는 한편 자금 투입의 결정과 사후관리가 공정하고도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일조해야 할 의무도 있다.

아울러 우리는 이를 계기로 여야(與野)가 지난달 무산된 공적자금 청문회를 조속히 다시 열 것을 촉구한다. 공적자금의 결정.집행.사후관리가 지극히 방만하고 부실했다는 증거들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금융기관 임직원의 과실에 의한 손실만도 8조원을 웃도는 등 국민 돈이 부실 금융기관.기업주의 호주머니 돈처럼 사용된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그 책임을 분명하게 가리기 위해서도, 또 앞으로 추가 조성.투입될 돈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문제점이 낱낱이 파헤쳐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지난달 증인 신문 방식 등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정쟁을 벌이다가 청문회를 무산시켜 버리더니, 다시 열겠다는 약속마저 제대로 지킬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청문회에 미온적인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책임과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하찮은 트집으로 무산시킨 것은 여당과 짜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주고 있다. 여야는 하루 빨리 청문회 일정을 잡아 조사에 들어가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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