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최, 중앙일보 후원의 '휴먼테크논문상' 시상식이 19일 삼성생명빌딩 씨넥스홀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선 금.은상을 나란히 수상한 쌍둥이 형제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박사과정에 다니는 이란성 쌍둥이 김일민(31.전자공학.왼쪽).일용(기계공학)씨.
두 시간 터울로 태어난 이들은 고교 2학년까지 아무 생각없이 살았다. 가방도 안들고 등교해 부모님이 부랴부랴 가방을 들고 학교까지 쫓아오는 일조차 있었다.
그토록 공부에는 뜻이 없었으니 성적이 좋을 리 만무하다. 고교 2학년 1학기엔 반에서 40등을 하는 등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던 그 해 여름방학 문득 "대학은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 며 의기투합했다. 여기서부터 '이변' 이 생겼다.
쌍둥이 형제는 똑같이 공부에 재미를 느껴 푹 빠지게 됐고 2학기에 들어서자마자 성적은 상위권으로 껑충 뛰었다. '늦깎이 우등생' 이 된 셈이다.
그 후 형은 연세대 전자공학과, 동생은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석사 과정부터 KAIST에 들어간 이들은 현재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고 있다. 둘 다 미혼으로 31년째 룸메이트다.
형제는 "전공 분야가 서로 달라 자기 분야 얘기를 나누다 보니 폭넓게 공부할 수 있어 좋다" 고 말했다.
휴먼테크논문상은 1994년 신설된 이래 매년 고등학교.대학교 학생과 교수 등이 낸 과학기술 논문을 심사해 수상하고 있다.
이번에 형 일민씨는 'CDMA시스템에서 동영상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최적의 전력제어 방식' 이라는 논문으로 금상을 받았다.
그는 특히 지난해 한국과 미국.일본.독일 등에 특허를 낸 IMT-2000 관련 기술 논문으로 실용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일용씨는 '수치연속법을 이용한 설계영역의 최적화' 로 은상을 수상했다.
형제는 졸업 후 미국 유학을 꿈꾸고 있다. 일민씨는 통신분야를 좀더 공부한 뒤 한국 기업에서 IMT-2000 관련 실무를 맡을 생각이다.
일용씨는 미국계 회사에서 기계설계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둘 다 결혼이나 연애는 공부를 마친 뒤로 미뤄놨다.
이들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못이긴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은 공부처럼 재미있는 일이 없다" 며 "재미있는 공부나 하러 가겠다" 며 총총히 시상식장을 떠났다.
양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