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총성과 원성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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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뉴욕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너나 없이 아무데서나 너무 쉽게 총을 맞는다.

1993년에 발생한 범죄건수만도 총 43만4백60건으로 하루 1천1백70건이 넘는다. 그러던 뉴욕시의 범죄는 최근엔 정말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94년엔 37만7천4백건으로 줄더니 95년 31만2천3백건, 96년 26만3천9백건, 97년 24만건, 98년 21만2천9백건, 99년 19만4천8백건이 됐고, 2000년에는 18만3천9백건으로 집계됐다. 7년 만에 절반 수준이 된 것이다.

뉴욕은 5개 행정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맨해튼.브루클린.브롱크스.퀸스.스탠튼 아일랜드 등인데 이중 가장 위험한 곳은 단연 맨해튼이다. 맨해튼 내 북쪽 위험지대는 단연 할렘지역이다.

그러나 할렘지역도 불과 몇년 전처럼 무조건 다 위험한 곳은 아니며 최근 클린턴 전 대통령이 새 사무실로 쓰기 위해 방문한 125번가의 재개발지역 같은 곳은 비교적 안전하다.

남쪽으로는 차이나타운 내 일부지역과 남부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 다리.맨해튼 다리.윌리엄스 다리의 맨해튼 방향 교각 밑의 지역 등이 위험지대다.

뉴요커들은 이 위험지대를 이들 다리의 영문 이니셜을 따 'BMW' 라 부른다.

뉴욕이 이처럼 비교적 안전한 도시가 된 것은 줄리아니 시장 덕분이다. 검사 출신인 루돌프 줄리아니는 취임 직후 자신의 최우선 과제로 범죄추방을 선언했다.

줄리아니 시장은 '꿩 잡는 게 매' 라는 간단한 방법을 도입했다. 범죄자들을 잡는 뉴욕경찰에 막강한 힘을 실어준 것이다.

뉴욕경찰은 그 이전에도 거만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다 힘까지 실리자 각종 무리수가 터져나왔다.

총기도 없는 멀쩡한 흑인에게 단지 달아난다는 이유로 무차별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하는가 하면 길가는 사람들을 마구 몸수색하고 그 과정에서 성추행 사건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뉴욕경찰의 '과잉 행동' 없이 범죄만 줄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리더가 책임을 부여하고 정성껏 독려하면 범죄도시도 살기 좋은 도시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건 놀라운 일이다.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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