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구치 아사히맥주 명예회장 도쿄현대미술관장에 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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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 도쿄(東京)도가 적자에 허덕이는 도쿄현대미술관을 되살리기 위해 원로 전문경영인인 히구치 히로타로(75.사진)아사히맥주 명예회장을 긴급 수혈했다.

1999년에만 16억엔의 적자를 낸 미술관의 회생을 위해선 풍부한 아이디어와 공격적 경영이 필요하다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3일 신임관장에 취임한 히구치는 "기업식 경영방식을 미술관 운영에 적극 도입하겠다" 고 말했다.

꼭 필요한 소장품이 아니면 모두 팔고 경쟁력있는 개인 소장품을 발굴, 전시해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또 이탈리아제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 전시회 등을 열어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한편 기업으로부터도 자금을 출연받기로 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과연 그가 미술관을 회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시스템이 예술적 안목이 필요한 미술관에 통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히구치는 "좋은 상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맥주회사나 미술관이나 마찬가지" 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아사히맥주 사장과 일본 경제전략위원회 의장 등을 지내는 동안 외국 출장길에 미술관을 1백여곳이나 방문할 만큼 평소 관심이 많았다" 며 "다시 태어나면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싶다" 는 말도 덧붙였다.

86년 주위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고 지금의 미술관처럼 최악의 경영난에 빠져있던 아사히맥주 사장에 취임한 그는 '슈퍼 드라이' 를 내놓으며 회사를 기사회생시켜 전문경영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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