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싸다’… 퓨전형 통합보험이 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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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요즘 자동차보험 드는 사람들, 고민이 많다. 매년 가입하는데 싸게 들 방법은 없을까. 2009년 3월 말 현재 자동차 등록 대수는 1700만 대. 가구당 한 대꼴이 넘는다. 자동차보험이 필수인 시대다. 가입 연한과 사고 횟수에 따라 보험료는 낮아지지만 그래도 아깝다.

집보험 들지 않는 사람들도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집에 불이 나면 거덜이 난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평생 불이 몇 번 날까. 한 번 날까 말까 한 화재를 대비해 보험료를 내려니 역시 아깝다. 그렇지만 찜찜하다. 보험료가 싸면 들 만한데 어디 그런 상품 없나.

이렇게 고민 많은 고객들은 요즘 보험사들이 잇따라 출시하는 통합보험상품에 눈길을 줄 만하다. 말 그대로 각각의 보험상품을 하나로 묶었다. 공산품을 살 때 한 개 더 사면 할인해 주는 것처럼 보험상품도 함께 구입하면 보험료가 싸진다.

고객들과 보험회사 모두 이 상품을 잘 활용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고객들은 보험료가 싸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다. 저렴한 보험료를 내면서도 그동안 찜찜하게 놔두었던 화재나 도난 같은 사고도 보장받을 수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30% 정도다.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도 안 된다. 하지만 화재보험을 자동차 보험과 묶어서 팔면 가입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보험료가 싸더라도 가입자가 늘면 보험사는 충분히 이익을 볼 수 있다. ‘뭉쳐야 산다’는 식의 마케팅 전략이다. 삼성화재의 ‘애니카 홈플랜’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자동차 보험과 집 보험을 함께 가입하면 보험료가 8% 정도 싸진다.

통합보험상품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가족이 개별적으로 든 보험을 통합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도 있다. 메리츠화재의 ‘패밀리어카운트 서비스’는 계약자를 일원화하면 보험기간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4% 할인해 준다. 계약자가 통합되면서 줄어든 사업비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한화손해의 ‘통(通) 하나로 통합보험’은 한 개의 증권으로 본인·배우자·자녀는 물론이고 본인의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자동차보험과 상해·질병·운전자·재물·배상책임 등 187개 담보로 구성됐다. 피보험자 3인 이상에 월납보험료가 40만원 이상이면 보험료의 2%를 할인받는다.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자전거보험을 추가하면 보험료의 1%를 할인받는 상품도 있다(현대해상, ‘파워ECO운전자보험’).

기업 대상의 통합상품도 있다. 퇴직연금+화재·배상책임+단체상해보험을 통합한 상품(삼성화재, ‘애니비즈 슈퍼퇴직연금보험’)과 재산손해+배상책임을 하나의 증권으로 대비할 수 있는 상품(삼성화재, ‘애니비즈 기업종합보험)’이 눈길을 끈다. 개별적으로 보험에 들 때보다 10% 이상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통합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장 내용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보험료가 싸다고 무턱대고 가입하면 오히려 낭비가 될 수 있다. 결합한 보험상품이 모두 필요한 것이라면 통합보험에 드는 게 경제적이다. 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이 끼어 있는데도 보험료가 싸다는 이유로 가입하면 오히려 손해다. ‘끼워 팔기’를 피해 ‘골라 들기’를 하는 건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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