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으로 논어해설한 '도올 논어2'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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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8년전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 (통나무)로 '번역의 문제' 를 제기하며 우리 사회에 지적 논의의 무대를 제공해 온 동양학자 도올 김용옥. 방송강의를 통해 대중적 스타로 떠오르기도 한 그는 과연 그 스스로 전통과 현대, 혹은 동양과 서양이라는 상이한 문화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완전 번역' 의 실례를 보여주었는가.

유감스럽게도 이제까지 그가 펴낸 40권 가까운 저술은 다분히 '계몽적 저작' 이다. 신간『도올논어2』를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이 책이 본격 주석서이며,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도올 철학에 대한 논의가 보다 생산적인 논의로 전환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도올논어1』이 논어를 보는 자신의 해석학적 관점 설명이 절반 이상을 할애한데 반해 2권은 '도올 논어 주해(註解)' 로 평가된다.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던 도올은 기자와 어렵게 만난 자리에서 "완벽한 한글로 쓴 신간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는다" 면서 최근 그의 강의에 대해 일고 있는 비판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고만 말했다.

신간에 동원되는 재료들은 한나라 때의 고주(古註)와 송나라때 주자의 새로운 해석(新註), 그리고 청나라 때의 고증학적 성과와 다산 정약용의 주석. 여기에 근대 일본과 현대 서양의 논어 해석을 제시한 후에 자신의 독자적 견해를 덧붙이는 형식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읽기 버거울 것처럼 보이지만 사정은 다르다. 공자와 그 제자들의 인간적 장단점에 대한 해설은 이 책을 한편의 드라마로 읽히게 한다.

도올도 지적하고 있듯이 철학은 다양성을 용인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용인한다는 것은 어떤 전제를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 그래서 도올은 고전이라는 중압감에 눌리지 말고 그 고전이 고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주자는 당시에 도교와 불교의 말류적 폐단을 극복하고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윤리적 근거를 유학에서 찾으려고 했다.

이러한 주자의 문제의식은 불교와 도교의 위세를 경험할 수 없었던 공자와 맹자의 모습과는 전혀 새로운 모습이었기에 신유학(新儒學)이라고 불린다. 도올은 주자가 배척했던 그 도불(道佛)의 관점을 새롭게 인용한다.

심지어 "논어는 선(禪)이다" 라고 말하는 '이단적 가설' 까지 제시한다.

"도가와 불가를 이단시해야만 유가의 적통이 선다고 하는 후대의 분별적 생각의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

그렇다면 주자와 시대가 다른 도올의 문제의식은 무엇일까. 도올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은 정보유통체계에 대한 반성이다.

"철학에 대한 모든 표현은 철학자의 관심, 그리고 그 관심을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요구와 문화적 행태의 소산에 지나지 않는다. "

그것이 철학이 되었건 과학이 되었건 하나의 생각이 신화화되고 상식이 되고 절대적 종교가 되는 과정에 대한 반성, 그것을 도올은 해석학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모든 고전은 일단 설화나 신화로 규정되며, 철학자의 작업은 그 설화에 덧씌어진 이데올로기적 권위와 우상을 제거하는 것이다.

공자도 노자도 예수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신화화 되어버린 역사적 인물들의 실상에 대한 통찰이 그 인물을 깎아내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한 통찰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는 정보들에 대한 총체적 조감을 새롭게 감행할 필요가 있다. "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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