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특집] 교육, 밝은 내일의 초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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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이런 얘기가 들린다. 일부 교사들의 입을 통해서 나온 얘기다.

"지금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미래 사회를 맡길 수 있을까?"

일부 중고생들의 무절제한 생활태도를 두고 하는 염려다. 상당수 중고생들은 교정에 휴지를 마음대로 버리기 예사라고 한다. 교실이나 복도의 마루에 가래침을 뱉는 학생들도 있단다.

하물며 수업시간에 교사가 수업을 하든 말든 마음대로 떠들고 졸기도 한다는 말들이 교사.학생들로부터 들려나온다.

문제는 그럼에도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의 이런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나무라거나 체벌이라도 가했다가는 당장 학생들이 경찰서에 휴대폰으로 일러바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극성스런 부모들이 찾아와 항의라도 할까 두려워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교사 입장으로서야 자신이 잘했든 잘못했든 시시비비는 차치하더라도 학교에 경찰관이 들락거리는 일 자체가 거북하고 창피한 일일 것이다.

교사들은 이런 시비에 말려드는 것을 꺼리는 까닭에 언젠가부터 학생들의 잘못을 수수방관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뭘 하든 나는 수업이나 하고 월급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간섭않고 그냥 두면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겠느냐는 인식이 교사들 사이에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교권의 포기다. 학생.학부모에 대한 교사의 저항이요 불신이다.

불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저항과 불신도 만만찮다. 중 2년의 딸을 둔 김모(42.서울 홍제동)씨는 엄청난 사교육비에 요즘 혀를 내두른다. 김씨의 딸은 오후 3시쯤 귀가한다.

그후 잠시 쉬다가 5시쯤 학원으로 가 오후 11시가 돼서야 귀가한다. 매일 일과가 그렇다. 보기에도 안쓰럽다.

김씨의 딸이 다니는 학원은 중학교 전 과정(국어.영어.수학.과학 등)을 매일 가르친다. 자신이 부족한 과목을 학원에서 보충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학원에 가서 다시 배우는 것이다.

김씨는 "왜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복습하지 않고 학원에 가서 다시 배우냐" 고 물었다. 딸의 대답은 이랬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것은 어렵고 이해가 안간다. 반면 학원 선생님의 설명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학원에서 학교보다 더 잘 가르친다니 김씨는 할 말이 없었다.

"도대체 교사들은 뭐하나. 이럴 바에야 차라리 평준화를 없애고 명문교를 두는 것이 낫지 않느냐.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의 학원비는 매달 30만원에 가깝다. 한 학기면 1백80만원이니 대학교 등록금과 맞먹는다. 중2년부터 이러니 고교에 가면 얼마나 더할까. 김씨는 벌써부터 두려움이 앞선다.

교사는 학생.학부모를 못믿고 학부모.학생들은 교사를 못 믿게 되면 바로 이것이 공교육의 부실을 가져온다. 이는 곧 학부모들의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악순환이다. 말썽꾸러기 학생이 있었다. 교사는 이 학생에 체벌을 가했다. 그래도 시정이 안되자 그 체벌의 강도는 더해졌다. 누가 봐도 심할 정도가 됐다. 이에 학부모가 항의했고 법적인 문제로 확대됐다.

교사들은 교권침해라고 주장했으나 그 정당성을 넘어섰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그 과정에 교사의 약점을 알아차린 학생들은 휴대폰으로 교사의 폭력을 고발했다.

지쳐버린 교사들은 체벌과 교권행사를 포기하고 수수방관하게 된다. 자연 학생들은 자유나 자율을 넘어 방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사소한 통제마저 거부하고 나선 학생들은 공동생활에서 필요한 절제의 미덕마저 잃고 마는 것이다.

교사들은 이제 수업도 대충대충 하게 됐고 이는 결국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게 된 것이다.

학생들에 대한 방임은 교사.학부모.학생의 불행을 넘어 결국 사회와 국가의 불행으로 이어질 것임은 자명하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모두들 키가 한 뼘씩 커졌다. 학용품도, 교과서도, 교복도 새것이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모두들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교사들은 교권을 되찾아 정당한 권한행사를 마다해서는 안된다.

학부모도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도 규율을 지켜야 한다. 학교 규율 뿐만 아니라 도덕률에 대한 인식을 새로 해야 한다.

모두들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다져야 할 때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오늘의 학생들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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