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44)씨는 모텔 방에 혼자 머물고 있던 40대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하려 한 혐의(강간상해)로 기소됐다. 법정에서 최씨는 “술을 마시고 실수를 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 확인서도 제출했다. 하지만 울산지법은 지난 16일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형을 줄여줄 수는 없다”며 최씨에게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성범죄·살인·횡령 등 8개 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제를 도입한 이후 성범죄에 대한 선고 형량이 크게 높아졌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7~12월 선고된 관련 판결 2920건을 제도 도입 이전인 2008년 1~12월에 나온 판결들과 비교·분석한 결과에서다.
특히 강간치사 등 피해자가 숨진 성범죄의 경우 양형기준제 시행 후 기소된 4명 전원에 대해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신동훈 대법원 홍보심의관(판사)은 “조두순 사건 등을 계기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더욱 엄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살인·뇌물 등 다른 양형기준제 도입 범죄에 대한 선고 형량도 높아졌다. 살인죄 가중처벌 사건의 경우 평균 형량이 12.25년에서 13.27년으로 8.3% 상승했다. 대법원 측은 양형기준에 따라 형을 선고한 판결의 비율이 전체 대상 판결의 89.7%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