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탐사선 '슈메이커' 사상 첫 소행성 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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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소행선탐사선 ‘슈메이커’호가 12일 소행성 ‘에로스-433’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인류의 우주탐사 역사상 우주선이 소행성에 착륙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에로스’는 달과 화성·금성·목성에 이어 인간이 만든 탐사선이 비행한 다섯번째 천체다.

저명한 천체학자 유진 슈메이커의 이름을 딴 탐사선 슈메이커는 1996년 2월 17일 지구를 출발해 지난 5년간 32억㎞의 우주공간을 여행해 왔다.슈메이커는 지난 1년 동안 에로스 상공 25㎞에서 궤도를 돌면서 당초 예상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16만장의 사진을 전송했다.

이번 탐사연구팀의 로버트 파쿠하르 박사(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는 슈메이커가 이날 아침 소행성으로의 하강을 시작했고,반추진엔진을 수차례 사용해 에로스 상공을 약 5㎞ 가량 통과한 끝에 예정보다 3분 빠른 오후 3시7분(한국시간 13일 오전 5시7분) 에로스에 안착했다고 발표했다.

탐사선은 착륙 직전 수십장의 사진을 보내 왔으며 NASA 과학자들은 8㎞ 상공에서 본 에로스 표면이 마치 후추를 뿌린 듯한 모습이었다고 전한다.탐사선이 에로스에 착륙하는 속도는 낙하산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속도와 비슷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2억2천5백만달러를 들여 만든 이 탐사선이 소행성 착륙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이는 슈메이커가 착륙선이 아닌 에로스 소행성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슈메이커 연구팀의 조셉 베베카 코넬대 교수는 “이번에 우리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태양계 행성의 표면을 볼 수 있었다”면서 “이는 우주과학에 새로운 문이 열린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NASA의 에드 웨일러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얻은 경험을 향후 10년 내에 혜성착륙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메이커의 자료는 태양계의 생성과정을 밝히는 열쇠가 된다.에로스는 45억년 전 태양계가 생성할 당시의 지질학적 자료를 담고 있다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에로스는 길이 33㎞,반지름 13㎞인 고구마 모양의 소행성으로 지구에서 3억1천6백㎞(태양∼지구 거리의 약 2.1배) 떨어진 곳에서 태양을 회전하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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