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식회계와의 전쟁' 시작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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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동안 국민 경제가 얼마나 사상누각(砂上樓閣)이었는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동아건설이 1988년부터 10년간 해외공사에서 받을 돈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4천7백억원 가량 회계 장부를 분식(粉飾)해왔다고 밝혔다.

당시 오너와 전문경영인은 분식 금액이 이보다 더 많은 7천여억원이라고 인정했다.

얼마 전엔 대우가 97년부터 2년간 41조여원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검찰 발표도 있었다.

또 금융감독원은 최근 3년간 1백여개의 분식 혐의가 있는 상장기업 등을 조사한 결과 3분의1 가량이 분식을 했다고 밝혔다.

회계 장부는 경제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것이 정확해야만 투명 경영과 기업 개혁이 가능하다.

투자자와 채권단은 회계 장부를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고 투자하므로 분식회계는 가장 엄히 다스려야 할 사기 행각이다.

이 때문에 사내 감사와 외부 감사, 그리고 감리제도 등 2중 3중으로 제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본 중의 기본을 소홀히 해왔다.

이제부터라도 '분식회계와의 전쟁' 이 본격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회계 정보를 잘못 제공한 기업은 물론 기업과 유착해 회계 감사를 잘못한 감사인에 대한 처벌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해당 기업과 감사인을 거의 파산시킬 정도로 엄하다.

감사에 대한 경쟁시스템도 강화돼야 한다.

감리제도의 강화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감사인 수의 확대 등은 그 한 예다.

직접 이해 당사자인 투자자와 채권단의 감시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

특히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분식회계와 부실 감사가 횡행했던 데는 정부의 무관심과 무책임 탓도 있다.

제도와 법규 강화는 물론 외부 감사인들의 깐깐한 감사로 기업 여신 축소와 증시 침체 등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어차피 거쳐야 할 통과 의례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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