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SC, 직원 60%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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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대대적인 인원감축▶구조개혁▶국제경제와 국방위주로의 정책방향 선회 등 큰 변신을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NSC 직원수를 3분의1 줄이고 NSC내 유럽.러시아 및 발칸문제를 별도로 담당하던 사무실을 통폐합해 기구를 축소했다고 보도했다.

또 NSC내 국제환경 및 보건문제 담당국과 통신 및 입법담당 사무실을 아예 없앴다.

반면 국제경제 문제를 중시하려는 듯 NSC 정례모임에 폴 오닐 재무장관을 참여시키고 경제담당 부보좌관직을 신설해 라이스 보좌관에 대한 정례보고를 제도화했다.

워싱턴포스트는 NSC의 이같은 변화는 부시 행정부가 발칸지역에 대한 개입을 줄이고 러시아에도 '특별한 경우' 로 대우하지 않겠으며 외교정책 입안에 경제적인 측면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그동안 NSC가 규모나 기능이 지나치게 확대돼 종종 국무부를 제치고 외교정책 활동의 중심적 역할을 했던 클린턴 행정부 때의 역할이 축소 조정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관련, 국무부 관계자들은 새 행정부하에서는 국무부가 단일국가 또는 지역에 초점을 맞춘 부처간 회의를 주재하게 될 것이고 NSC는 어떠한 부처도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거나 여러 부처가 간여해야 할 사안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게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라이스 보좌관은 자신이 이끌 NSC의 역할을 미국이 전세계에 배치하는 수많은 정부기관들을 연계 또는 접합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NSC의 이러한 조직개편과 관련, "라이스 보좌관은 옛 소련 붕괴와 걸프전 사태때 소관부처 장관에게 힘을 실어줘 호평받았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안보보좌관을 본받으려 했다" 고 풀이했다.

다시 말해 라이스 보좌관이 정책의 발의 또는 시행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며 전임자인 클린턴 전 대통령의 샌디 버거 보좌관에 비해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훨씬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워싱턴의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NSC 개편과 관련, 라이스 보좌관이 전직 국방장관 및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인 체니 부통령, 전 국가안보담당 보좌관과 합참의장을 지낸 파월 장관 그리고 두번째 국방장관을 역임하는 럼즈펠드 장관 등 거물급의 틈바구니에서 제자리를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NSC는 지난 1947년 처음 설립돼 대통령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보좌역할과 함께 행정부처간 이해 상충시 조정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NSC의 실무책임자인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의 영향력이나 권한은 천차만별이어서 종종 대통령이나 백악관 외교정책팀, 다른 부처 장관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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