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요즘 세상은 별난 놈들이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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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6일 “급변하는 분야를 정부가 주도하려 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정보·통신 분야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스마트폰 문화에 대한 전문가 발표를 들은 뒤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특히 “요즘 세상은 (생각이 자유분방한) ‘별난 놈’들이 만든다”며 “청와대가 먼저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26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기 생활공감 주부 모니터단 출범식에 참석해 나눔과 봉사를 상징하는 장바구니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문규 기자]

이 대통령의 발언은 첨단 산업 관련 정책을 철저히 민간의 요구에 맞출 것을 공직사회에 주문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같은 색 양복을 입고,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공무원이 (급변하는 분야에) 지나치게 관여하려 들면 안 된다”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고 비유했다. 또 “(민간에 대한) 지원도 정부가 먼저 나서 해선 안 된다”며 “기업이 해 달라고 하면 거기에 맞춰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확대비서관회의는 집권 3년이 시작되는 첫날에 열렸다. 그런 만큼 심기일전을 주문하는 발언도 많았다. 이 대통령은 “2년 동안 열심히 해줘 고맙다”고 한 뒤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지만 여건을 탓하지 않고 꾸준히 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은 3년을 어떤 사람들은 짧다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알뜰하게 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남은 임기와 관련, “나는 서울시장을 4년 했지만 할 일은 다했다. 더 했으면 게을러질 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초 촛불시위로 시끄러울 때 차분하게 일해 오히려 많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지금 모두 세종시만 말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MB 정부 몸 담았던 것 자랑스럽게 하겠다”=이 대통령은 이날 전·현직 국무위원들과 장·차관급 인사, 청와대 수석 등 모두 82명과 청와대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취임 2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 자리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 ‘개국 공신’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승수 전 총리는 해외 출장 중이라 불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5~10년 뒤엔 국민이 우리 정부를 평가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 몸 담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헤드테이블에는 정운찬 총리를 빼고는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성이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전직 장관들이 앉았다. 이 중 ‘광우병 파동’으로 4개월여 만에 물러난 정 전 장관은 “뼈를 깎는 추위를 겪지 않았던들 코를 찌르는 매화 향을 어찌 알았겠느냐”는 뜻의 한시 구절을 인용, 건배사를 했다.

글=남궁욱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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