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 코치 “연아는 바위 속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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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연기를 마친 김연아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밴쿠버=뉴시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김연아는 바위 속의 다이아몬드였다. 나는 바위를 부수고 다이아몬드를 찾아냈을 뿐이다.”

김연아(20)의 올림픽 도전에 버팀목이 돼준 건 브라이언 오서(49·캐나다) 코치였다. 둘을 이어준 가교는 재미있게도 ‘트리플 악셀’ 점프. 김연아의 ‘동갑내기 라이벌이던’ 아사다 마오(일본 주쿄대)가 장기로 내세우는 바로 그 점프다.

김연아는 2006년 5월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앤드 컬링 클럽에서 오서 코치를 처음 만났다. 치아 교정기를 낀 주니어 챔피언 시절이었다. 당시 오서 코치는 프로 선수로 활동하며 막 지도자를 겸업하려던 참이었다. 김연아는 데이비드 윌슨 코치로부터 새 안무를 받기 위해 토론토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오서 코치와 마주쳤다. 이후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오서 코치에게 3주간 점프를 가르쳐 줄 것을 부탁했다.

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씨는 “연아가 오서 코치를 찾아간 건 트리플 악셀 때문이었다”고 귀띔했다. 트리플 5종 점프를 완성한 김연아에게 남은 고지는 악셀 점프. 앞으로 뛰어올라 3.5회전을 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라 배우기 쉽지 않은 기술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 주니어로는 첫 번째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면서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는 별명을 얻은 오서 코치라면 김연아에게 악셀을 전수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연아는 오서 코치의 트리플 악셀을 끝내 전수받지 못했다. 17~18세 때 허리 부상 탓에 배워야 할 시기를 놓쳤다. 대신 김연아는 오서 코치의 도움으로 트리플 악셀을 이겨낼 수 있는 정확하고 아름다운 점프를 완성했다.

김연아는 26일(한국시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오서 코치와 함께 하게 돼 행운이고, 또 영광이다. (오서 코치가 세계 정상급 선수 출신이어서) 시니어 톱 레벨 선수로서 느끼는 마음을 잘 알아준다”며 고마워했다.

김연아의 금메달로 오서 코치는 22년간의 한도 풀었다. 1980년대 남자 피겨스케이팅을 평정했던 오서 코치는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1984년 사라예보 대회에서 은메달에 그쳤고,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도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도 일등 공신 중 하나다. 이번 올림픽 프로그램이 처음 발표된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 당시, 세계 피겨계는 “김연아의 매력이 한층 돋보이는 탁월한 안무”라며 “프로그램에서부터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를 압도했다”고 했다. 그 프로그램이 바로 윌슨 코치 작품이다.

밴쿠버=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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